“골프는 거리야”… ‘헐크’ 마침내 웃었다

- ‘20㎏ 몸 불린 실험’ 디섐보, PGA 3개 대회 연속 톱10후 우승

로켓모기지클래식 23언더 정상
1년 5개월만에 통산 6승 감격

高칼로리 다이어트로 거리 늘려
드라이브 평균 350야드 ‘펑펑’
웬만한 파4 치면 웨지 거리 남겨
“9개월 근육 늘린 노력의 보상”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로켓모기지클래식(총상금 75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디섐보는 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합계 23언더파 265타인 디섐보는 매슈 울프(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35만 달러(약 16억2000만 원)다. 디섐보의 PGA투어 통산 6승째. 디섐보는 PGA투어에서 2018년 11월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 이후 1년 8개월 만에, 2019년 1월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우승 이후로는 1년 5개월 만에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체력과 체격을 강화, ‘헐크’처럼 변신한 디섐보의 이번 우승을 두고 새로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섐보는 자신의 체격과 골프 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실험을 이번 우승을 통해 확인했다. 디섐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개된 PGA투어에서 4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한 유일한 선수. 또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350야드를 넘긴 선수 중 유일한 챔피언이 됐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야디지북에 제도용 컴퍼스를 이용, 선을 그어 거리 확인을 쉽게 하고 모든 아이언 클럽의 길이를 똑같이 하는 등 다른 선수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디섐보는 경기 도중 여러 변수를 계산에 넣고 샷을 하느라 늑장 플레이로 주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디섐보는 키 185㎝에 몸무게는 90㎏ 정도였으나 최근 110㎏ 가까이 늘렸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하루 평균 3000∼3500㎉의 음식을 먹는다”면서 “더 많은 힘과 거리를 내는 건 ‘고칼로리 다이어트’ 덕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워를 늘린 덕분에 그는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 320.1야드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에는 302.5야드로 34위에 불과했다. 디섐보는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비거리 350야드를 넘겼다. 마지막 날엔 평균 360야드를 찍었다. 17번 홀(파5)에서는 232야드를 남기고 러프에서 8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했다. 500야드에 육박하는 파4 홀에서도 다른 선수들은 7∼8번 아이언을 잡지만, 디섐보는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디섐보의 볼 스피드는 지난 시즌 282㎞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엔 평균 시속 305㎞까지 나왔고, 이날은 315㎞(약 196마일)까지 찍혔다. 첨단 장비가 아닌 사람의 근력으로 볼 스피드 200마일, 드라이버 400야드 돌파를 현실화시켰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디섐보는 “지난 9개월간 근육을 늘리려고 했던 장기 투자에 대한 노력을 보상받아 기쁘다”면서 “나는 몸뿐만 아니라 경기에서 마음가짐을 바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내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여러 얘기가 많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경훈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45위에 올랐다. 임성재는 공동 53위(9언더파 279타), 노승열과 김시우는 공동 57위(8언더파 280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