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北 안보팀’ 북핵 제재 허물 스몰딜 쇼 꿈도 꾸지 말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집권 세력이 지난 2년 이상 추구해온 대북(對北) 정책이 실패했음이 가시적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통해 파탄난 정책을 시정하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새롭게 기용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내정),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내정)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입장을 보면 기존 팀보다 ‘친북(親北)’ 또는 ‘자주파’ ‘우리끼리’ 등의 색채가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 국정원장 내정자의 경우, 과거 대북 송금으로 노무현 정권 당시에 사법처리까지 됐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정체성이 부정당하고, 남북 대화 지원 조직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유 업무인 방첩 활동과 대북 비밀 정보 수집 등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북한 내 휴민트 라인이 다 끊어졌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더 심각한 일은, 이미 북한의 속임수로 드러나 폐기된 북핵 ‘스몰딜’ 구상이 ‘스몰딜+α’ 등의 이름으로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7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스몰딜을 주창해 온 인사여서 더욱 그렇다. 박 내정자와 서 실장은 하노이 회담 때 거론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 맞교환을 골자로 한 ‘스몰딜’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박 내정자는 지난달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을 플러스해서 폭파하고 미국도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이런 입장이 미국 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스몰딜 구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뒤에서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얻는 방편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명백하게 거부했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이런 과정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스몰딜은 핵시설·무기를 숨긴 채 대북 제재를 풀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술책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