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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07일(火)
다주택자 죄악시하는 인식이 ‘정부실패’ 불러…‘시장의 힘’ 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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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부동산정책 문제점

취득세·양도세 인상은 서민 전·월세 상승 압박… 종부세 차등 강화는 풍선효과만 불러
규제·과세 강화 등 수요 억제책이 시장동력 죽여…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공급대책 세워야


요즘 ‘6·17 대책’ 후폭풍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담당 장관을 불러 다주택자 부담 강화를 포함한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당·정도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양도소득세 인상 혹은 감면 범위 축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다주택자를 문제의 본질로 규정하고 규제와 과세 강화를 대책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시각엔 변화가 없다. 6·17 대책에서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모습은 정부의 시장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무지·몰이해를 드러낸다. 잇단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적절한 주택 공급을 해내지 못한 ‘정부의 실패’다. 문제는 규제 강화와 과세 강화 일변도 정책이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주택 공급의 확대를 막는 수요 억제책에서 벗어나,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야 풀린다.

◇규제와 주택시장의 동력

주택시장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 중 하나인 ‘자가율(自家率)’은 주택가격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 주택가격이 오를 때 상승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주거 실태 조사 결과로 살펴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격 하락기인 이명박 정부 시기 수도권 자가율은 평균 56.6%에서 51.9%로 떨어졌고, 이후 가격 상승기인 박근혜 정부 시기엔 54.2%로 올라갔다. 다주택자 규제를 통해 자가율을 높이려던 문재인 정부 중반인 2019년 자가율은 54.1%로 답보 상태다. 다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니까 자가율이 향상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을 높이니까 답보 상태라니 참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이 같은 자가율 하락 현상은 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발생했었다.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및 보유세 부담 증가로 거래가 위축돼 주택 소유의 원활한 조정이 주거 이동을 통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사회 전체적인 자가율 변화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동태적인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늘어나는 가구 수에 부응해 주택 공급이 충분히 확대돼야 자연스럽게 자가율이 높아진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기간이 바로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주택 공급의 확대가 동반되는 가격 상승기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계속된 수요 억제 정책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동력이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 왔다. 또한, 지금처럼 청장년 가구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구매를 제약하는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자가율 향상을 기대하기가 더욱 힘들다.

◇다주택 중과세 정책의 함정

어느 나라든 특히 대도시 중심지역으로 갈수록 자가율이 낮고 임차가구 비율이 높다. 한 예로 미국 뉴욕시 자가율은 33%이고 도심인 맨해튼은 24%에 불과하다. 일본 도쿄(東京)의 자가율은 45%, 서울은 43%로 대도시나 중심도시는 임차가구의 비율이 높은 게 정상이다. 도심에 집중된 고용 접근성을 추구하며 거주해야 하는 가구들은 가장 빈번하게 주거 이동을 해야 하는 생애주기 초·중반 가구들이다. 직장을 이유로, 결혼을 이유로, 자녀 출생을 이유로 주거 이동이 잦은 이런 가구들에는 거래비용이 큰 자가보다는 차가(借家) 주택의 원활한 소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결국, 임대주택은 누군가 여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임대를 해야 한다. 그런 민간임대주택공급자가 우리가 비난하는 다주택자들이다.

국내에서는 그들이 전세나 보증금을 안고 투자한 관계로 갭투자를 일삼는 투기꾼으로 비난과 규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옥죄는 매매시장에 대한 단선적인 선택은 전세제도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임대시장과 매매시장 모두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무리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부담 강화는 결국 서민 임차가구의 전·월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대통령이 입법화를 요구한 종합부동산세의 차등적 강화는 고가(高價)주택 수요를 차(次)고가주택 수요로 이전시키는 풍선효과만 만들어낼 뿐이다. 이런 정책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도, 전·월세 서민 부담을 완화시키지도, 자가율을 높이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아파트 가격 급등 악순환

문재인 정부 초기에 주택시장은 서울에 국한된 문제였다. 그때부터 해법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는 나대지가 고갈된 서울시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인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유일한 해법이 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일반 재고 아파트 가격의 앙등을 유발한다면서 재건축부담금,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를 강화했던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노무현 정부에서 학습하고 지금 다시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는 수도권 전체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일반 아파트 가격보다 비싼 게 정상이다. 다만 그 가격 변동의 관계가 재건축 관련 규제로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이른바 강남 4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기간에 ㎡당 1174만 원에서 1829만 원으로 54% 상승했다(부동산114 REPS 자료).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의 참조가격이 되는 건축연령 5년 이하 신축아파트는 ㎡당 1007만 원에서 1645만 원으로 64% 비싸졌다. 재건축 관련 규제 강화가 없었더라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은 신축 아파트와 유사했을 것인데, 덜 올랐다는 건 규제 강화로 인한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재건축을 통해 지어질 수밖에 없는 신축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고 이를 재건축 아파트가 좇아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됐다.

◇공급 부족과 정부의 실패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자면, 국내 주택시장에서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유기적 연결고리를 구성해온 갭투자에 대한 지극히 편협한 이해, 무주택 전세대출 가구에까지 확대된 투기의 범위, ‘1가구1주택 소유주의’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 설정,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단면에 몰입돼 국민적 정서를 편 가르기하고 대립 구도로 몰아간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게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기본적인 몰이해에 기초해 20번도 넘게 이뤄진 수요 억제 위주로 선택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국민 대부분이 실감하는 중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는 적절한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 따른 ‘정부의 실패’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는 오류 섞인 믿음을 내려놓을 때 수요 억제책의 부작용으로 악화·확대된 주택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열린다. 재개발을 포함한 정비사업 활성화가 공급 확대 방안의 최선책이다. 그게 힘들다면 향후 도시 축소기 문제점을 양산할 도시 외곽의 택지 개발을 고민하기보다는 도심 인근의 그린벨트 훼손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주택시장의 문제 해결은 의지와 신념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시장을 이해하고 시장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전 아시아부동산학회장


■ 세줄 요약

규제와 주택시장의 동력 약화 :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자연스럽게 자가율이 높아짐. 문재인 정부의 잇단 수요 억제 정책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동력이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음. 이런 규제 하에서는 자가율 향상을 기대하기 힘듦.

다주택 중과세 정책의 함정 : 다주택자들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는 서민 임차가구의 전·월세 상승 압력으로 작용. 대통령이 입법화를 요구한 종합부동산세의 차등적 강화는 고가주택 수요를 차(次)고가주택 수요로 이전시키는 풍선효과만 만듦.

공급 부족과 정부의 실패 :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는 늘어나는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 따른 ‘정부의 실패’임. 문제는 규제 강화와 과세 강화 일변도 정책.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정비사업 활성화가 공급 확대 방안의 최선책임.

■ 용어 설명

‘자가율’은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이 거주 가구의 소유 주택인 비율. 국제적으로 ‘homeownership rate’를 산정하는 기준임. 주택 단순 소유 가구 비율인 ‘자가보유율’과 구분하기 위해 ‘자가점유율’로도 쓰임.

‘정부의 실패’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 개입이 오히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더 저해하는 것. 규제 당국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경직성과 편견, 시장 몰이해 등이 정부의 실패를 일으키는 원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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