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들어가 “우회 않겠다” 글 쓴 추미애, 답 정해놓고 尹 압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휴가 내고 사찰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겠다”고 적는 등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듭 압박했다. 추 장관은 직후 언론을 통해 9일 오전 10시까지 수사 지휘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윤 총장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추 장관 페이스북 캡처

- “내일 오전 10시” 최후통첩

윤석열 총장에 데드라인 주고
지휘 수용하든지 사퇴하든지
사실상 양자택일 촉구한 셈

오전엔 페이스북에 글 올려
“바른길 두고 돌아가지 않아”

尹총장, 입장표명 없이 장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날짜와 시간까지 못 박아 자신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 등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한 데 대해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전적으로 수용하든, 사퇴를 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은 언론을 통해 공개 통보를 하기 직전 본인 페이스북에 절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윤 총장이 어떤 의견을 밝혀도 본인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이날 추 장관이 법무부와 언론을 통해 “(윤 총장은 수사지휘와 관련) 오는 9일 오전 10시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자신의 수사지휘를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용하든지, 싫으면 그만두든지 결정하라고 재압박을 가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추 장관은 이런 입장을 내놓기 한 시간 전 SNS에 “산사의 고요한 아침이다”는 글과 함께 이른 아침 절에서 찍은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게재했다. 추 장관은 특히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 본다”며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고 하면서 재지휘 의견을 전해오면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추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반차를 낸 데 이어 7일부터 이틀째 하루씩 끊어 연가를 냈다. 예정에 없던 연가를 사용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여권과 함께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에도 뚜렷한 입장표명 없이 일주일째 장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최후통첩 등 거듭된 압박 메시지를 보고받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서울중앙지검 주례 대면보고마저 2주째 서면 보고로 대체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상황이다. 윤 총장은 업무보고를 최소화한 채 총장 집무실에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일선 검사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재지휘를 요구하면 추 장관의 ‘항명’ 프레임에 말려들고, 지휘를 수용하면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정선·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