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30대 대학원생인데 완벽주의 탓 시험 못보면 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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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대학원생입니다. 완벽주의 탓에 욕심은 많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습니다. 약속장소를 하나 정하더라도 가격, 맛, 분위기 등을 다 만족시키는 곳을 찾느라 끙끙댑니다. 또 학점에 욕심이 많아 학기 초에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중간에 과제를 못하거나 시험을 못 본 것 같으면 휴학을 하고 맙니다. 벌써 비슷한 이유로 세 번이나 휴학했습니다. 그러나 복학하면 또 비슷한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런 제 성격이 너무 싫습니다.

A. 마음에 안 들더라도 ‘마무리 짓는 경험’ 연습해 보세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 솔루션

완벽주의는 ‘최선’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결점’을 원합니다. 그렇기에 작은 실수나 잘못도 용납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리셋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원래 ‘리셋(reset)’은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하면 시스템을 오류 이전의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디지털 세대는 컴퓨터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고 나아가기보다 오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심리적 상태와 행동을 보입니다. 특히, 완벽주의가 심할수록 잘 나타납니다.

만약 뜻대로 안 될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삶은 어떻게 될까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완벽주의는 가장 고차원적인 자기파괴입니다. 잘하려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깊은 게으름의 수렁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완벽주의자들은 왜 그렇게 실수나 결점을 두려워할까요? 이들 중에는 성취 지향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라나 존재 자체로 사랑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결함’이 있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했고,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완벽주의자는 실체도 없는 타인들의 실망을 두려워합니다.

한 학기 학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무엇이 걱정인가요? 사실 완벽주의는 성격이라기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부정적 평가를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말합니다. 이는 180도 바꿀 수는 없지만 좀 더 유연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입니다.

인생을 방송에 비유하면 대학생부터 녹화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입니다. NG가 나면 취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찍는 게 아니라 빨리 수습하고 남은 방송을 잘 진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멘토는 대학생 때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하지만 완벽주의는 예외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경험’이 아니라 ‘마무리 짓는 경험’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한 학기를 끝맺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세요. 수천 번 넘어졌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나 결국 걷지 않았습니까!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