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과 짜고 쫓겨난 회사서 283억 빼돌려 자기 회사로

前 직장 부하들과 짜고 5년간

자신이 쫓겨난 회사에서 옛 부하 직원과 짜고 수백억 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재판에 넘겨진 70대 전직 재무 담당 임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상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제조업체 A 사의 전 재무이사 조모(70)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조 씨와 공모해 회사 돈을 유용한 A 사 회계책임자 하모(61) 씨에게는 징역 5년, 부하직원 김모(53)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총 498차례에 걸쳐 A 사 회사 돈 약 283억 원을 조씨가 운영하는 개인 회사에 옮겨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1992년부터 A 사의 재무 담당으로 근무해온 조 씨는 1997년부터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 회사를 운영하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A 사 자금을 유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 씨는 2005년 7월 개인 회사 운영 사실이 발각돼 회사를 떠나게 되자 부하직원인 하 씨, 김 씨와 공모해 A 사 자금을 자신의 회사로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하 씨와 김 씨는 빼돌린 금액 일부를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범행은 조 씨 일당이 횡령을 감추려고 회계자료를 조작한 게 금융감독원에 포착, 이후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드러났다. 다만 2005년 1월 이전에 이뤄진 범죄는 공소시효가 완료돼 이들의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5년간 거액을 빼돌리고 회계를 조작해 범행을 감추려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 영향으로 A 사의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으니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부하직원인 김 씨에 대해서는 “직접 취득한 이득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상사 요구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