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부 주택정책 실패 ‘五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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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산업부장

부동산 민심 임계점 넘어 폭발
뒷북 세금대책 남발 집값 폭등
다주택 공직자 정책 신뢰 실추

시장교란 책임 불구 애써 외면
실수요자 고통 개선 의지 의문
공급 없는 징벌적 세제론 한계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저서를 발간했다. 최근까지 꾸준히 팔린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늠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읽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은 많은 국민은 금방 알아차렸다. 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아파트 값은 오를 것이라고. 안타깝게도 김 전 실장보다 일반 국민의 예측이 더 적중했다. 눈치 빠른 문 정부의 다주택 공직자들 역시 집을 팔지 않고 버텼다. 지금도 버틴다. 정부 방침에 호응한 몇몇 순진한 공직자들만 ‘폭망’했다.

6·17대책에도 불구,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 전세 품귀로 민심이 동요하자 놀란 정부는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대책’이라며 다급히 진화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인과 처방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상 최저로 낮은 금리로 인해 사상 최대로 넘쳐나는 유동성을 원인으로 꼽았는데,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인 점을 보면 정교한 접근부터 떨어진다.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서민·청년층 주거 안정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구두선 같다.

애석하지만 또 한 번 사후약방문이다. 이미 수십 차례, 엉뚱한 처방을 내린 탓에 주거안정은 형편없이 약화했다. 시장도 지속해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했지만 늘 한 발, 또는 두 발 늦은 뒷북대책으로 일관했다. 간단한 실례 하나. 앞서 지난 3월에 한 민간경제연구원은 ‘주택수급 불일치 지역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러한 균형이 잡히지 않은 정책 때문에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인해 막대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했다. 결국 6·17대책은 뇌관을 건드린 셈이 됐다. 규제가 부작용을 낳고, 더 센 규제가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21번의 규제 악순환은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렇다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을 경멸하는 ‘엘사 거지’라는 말이 초등학생들 사이에 빈부의 조롱 수단으로 쓰이는가 하면, 청년층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건 망했다)’이라며 자조할 지경이 됐다. 낮은 출산율, 만혼, 고령화, 가족해체, 최악의 취업난까지 맞물려 한 치 앞을 보기 힘든데 전셋값마저 천정부지로 뛰니 청년층 동요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당·정이 법석을 떨며 허둥지둥 내놓을 대책 역시 징벌적 성격의 양도세 강화,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집값을 제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집을 팔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양도세를 높여 퇴로를 막으려 든다. 특히나 이런 규제를 만드는 정책 기획·실행자들이 정작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팔라는 권고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버텼으니 정책에 믿음이 실릴 리 없다.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 청와대 참모(8명이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 보유), 국회(여권 다주택 의원 42명)는 물론, 지방의회(서울시 의회)까지 다주택 공직자들은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의 유발자다. 노른자위에 포진한 다주택자들이 주택 정책을 펴니 이게 과연 중산·서민층에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의문이 생기고, 집값이 올라가니 마지못해 쫓아가는 핀셋 규제 아니냐는 빈축을 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파문이 커졌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한다고 자찬하는 실정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뒷북정책과 무능’ ‘과도한 규제 개입과 시장 왜곡’ ‘다주택(2채 이상) 관료·의원의 불공정성’ ‘공급 부족’ ‘투기꾼’이란 오적(五賊)이 똬리를 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역구 집 대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 이래서는 부동산 가격 정상화는 언감생심이다. 투기 수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과 함께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와 투기수요자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현명한 정책의 응집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를 연구한 전문가들(‘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은 그 원인을 인구문제가 아닌, 투기 심리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 글로벌 정세 위기에서 찾았다. 차기 선거를 의식한 설익거나 빗나간 처방은 동반 침몰을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