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保守가 지켜내야 할 4大 가치

  • 문화일보
  • 입력 2020-07-09 11:34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총선 참패 뒤에도 兩방향 실패
진보는 자멸할 것이라는 無知
보수 정체성에 대한 자각 喪失

反독재 깃발로 자유민주 수호
시장경제와 국가 자긍심 앞장
노력이 보상 받는 공동체주의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싸우는 한국은 사실상 ‘분열된 공화국(Divided People’s Republic of Korea)’이 돼 가고 있다. 서로 대화와 가교도 없이 비판과 공격만 일삼는 양 진영을 보면 마치 종족주의적 대결을 보는 느낌이다. 그 게임에서 보수가 밀리고 있다.

총선에서 밀린 보수 진영은 두 가지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진보 진영에 대한 무지와 무시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각의 상실(喪失)이다. 보수 세력은, 진보 세력이 무능한 데다 비판만 일삼는 아마추어들이라서 언젠가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진보 세력이 보수의 기반을 허물기 위한 조직적 공세를 강화하고, 보수의 근거지를 차례차례 무너뜨리면서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반면, 진보 세력은 보수를 친일과 반공의 유산에 물든 구시대의 잔재로 보고 청산돼야 할 적폐 세력으로 치부한다. 한국 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공정을 자신들 정당화의 구실로 삼아 보수를 악의 근원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진보 정권이 구직자·무주택자·고령자들을 무시한 채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키우고, 조국·정의연·인국공 사태에서 보듯이 사회적 불공정을 대놓고 자행하는 데도 보수는 이를 제대로 공격도 못 하고 있다.

보수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정권을 비호하거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무너져가는 권위를 잡으려 하면 ‘꼰대’가 되고, 기득권을 지키려 하면 ‘적폐’가 되고, 자리에 연연하면 ‘보신주의’가 된다. 보수가 지켜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잊고 있다. 보수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니 진보의 권위주의와 오만, 불공정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진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토로할 뿐,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니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는 어떤 가치들을 지켜나가야 하는가?

첫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다. 특히,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 권위주의적 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줄 알았던 민주사회에서 국가가 권력을 전횡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긴커녕 ‘성역’을 만들어 상부 결정에 따라가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이성과 다원주의에 기반한 자유는 사라지고, 전체주의적 동조화가 춤을 춘다. 보수는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자유를 수호하는 ‘반(反)권위주의, 반독재’의 깃발을 높이 올려야 한다.

둘째, ‘시장경제’라는 가치의 수호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뒤로하고, 저녁값부터 아파트값까지 정부가 정하고, 일자리도 국가가 만들고, 세금을 고무줄 늘이듯 올리는 건 반시장주의적이다.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유재산 보호’가 흔들리고 있다. 합법적인 방식으로 취득한 부와 재산을 보호할 수 없다면 시장경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는 사유재산에 기반한 성장의 틀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장의 왜곡과 독점의 폐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면 된다. 보수는 혁신적 성장의 기반인 사유재산의 인정과 보호가 가능하도록 능력주의를 존중하는 ‘반사회주의, 반공산주의’를 표방해야 한다.

셋째, 보수라면 사회적 공정성과 형평성에 입각한 ‘공동체주의’를 살려가야 한다.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연고주의나 파벌주의, 분파주의를 내세워 끼리끼리 해먹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보수는 공동체를 분열시키면서 패거리의 이익을 취하려는 편법과 반칙을 막아내고, ‘포용적 공동체주의’가 정착되도록 사회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반연고주의 반분열주의’의 기치를 드높여야 한다.

넷째,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고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한국의 당당한 성취를 폄훼하고, 아픈 과거사만을 드러내 국민을 자조적·자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라면 국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는 가치관의 고양과 미래 희망사회의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반자학사관, 반복고적 민족주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자존감 있는 나라’로 만드는 데 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