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대부서 3선 서울시장까지…‘대권 큰 꿈’ 비극으로 막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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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임용후 사표 인권변호사로
美 문화원·서울대 성희롱 변호
시장으로 3180일… 최장 재직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나라 시민사회 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정치권·공공기관·대기업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국회의원 낙선·낙천 운동을 벌이는 등 기존 진보진영과 차별화된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앞세워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2018년 6월 역대 최초의 3선 시장으로 당선돼 유력한 대권후보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임기 후반 2년을 막 시작한 시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고 졸업 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지만, 유신체제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제적당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후 검사로 임용됐으나 6개월 만에 사표를 낸 뒤 1983년부터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 지(誌) 보도지침 사건 등의 굵직한 사건의 변론을 맡아 활약했고,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을 변호하며 명성을 떨쳤다.

박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민활동가로 활약하며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열어 ‘나눔’과 ‘기부’라는 새로운 시민운동 지평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당선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시민사회 진영 무소속 후보로 초반 지지율이 5%에 불과했지만, 경쟁자인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부터 극적인 단일화 양보를 얻어냈다. 이후 경선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꺾고 본선에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승리하면서 여야 양당체제를 넘어선 정치사의 새 장을 열었다. 2014년 6월 4일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며 재선에 성공했고,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의 도전을 받은 2018년 6·4 지방선거에선 52.79%로 나머지 두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3선 고지에 올라 역대 최다선 서울시장이 됐다. 2022년 6월 30일까지 임기를 모두 채웠더라면 서울시장으로 11년 8개월여간, 일수로는 3900일간 재직하고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3180일에서 멈췄다.

그는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처럼 시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혁신적인 정책을 선보였다. 박 시장이 내놓은 무상급식, 도시재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부가 역점 추진 사업으로 삼고 있을 만큼 우수 정책으로 인정받았다.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소통’과 ‘협치’를 중시하며, 개인 SNS를 통해 200만 명과 의견을 나누는 ‘파워 1인 미디어’로 시민들에게 친근한 단체장이기도 했다. ‘깨끗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던 그의 꿈은 이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