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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지적 문화 시점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3일(月)
“아이돌, 니가 왜 거기서 나와”…스타들 이유 있는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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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날씨를 소재로 한 신곡 발표에 맞춰 MBC ‘뉴스투데이’의 일일 기상캐스터로 나선 가수 지코(왼쪽 사진)와 KBS 1TV ‘6시 내고향’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오른쪽 아래).

신곡 홍보 TV 장르를 넘다
가수들, 보도·교양 출연 잇따라

지코, 신곡 발표날 오전 6시
기상캐스터와 함께 날씨 전해

엔플라잉 ‘아 진짜요’ 발표후
‘TV쇼 진품명품’ 출연하기도

‘6시 내고향’ 나왔던 트와이스
멤버 다현, 기상캐스터 변신도

코로나로 음악 방송은 무관객
의상·헤어·백업댄서 비용 등
한번 설 때 500만원 안팎 적자
쇼프로 고집않고 새 활동 개척


지난 1일, MBC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는 앵커는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며 일일 기상캐스터로 가수 겸 프로듀서 지코를 소개했다. 이날 신곡 ‘서머 헤이트(Summer Hate)’를 발표한 그는 첫 행보로 오전 6시 52분부터 김가영 기상캐스터와 함께 2분여간 이날의 날씨를 전했다. 이보다 앞서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들은 KBS 1TV ‘6시 내고향’에 모습을 드러내고, JTBC 아침뉴스 기상캐스터로 나서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에 딱 들어맞는 스타들의 이색 행보가 거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들의 이유 있는 일탈

스타들이 의외의 장소에 출몰(?)하는 이유는 당연히 ‘홍보’다. 신곡이나 신작의 흥행을 위한 시도다. 하지만 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자칫 무리한 도전은 대중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코의 기상캐스터 도전은 시의적절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의 신곡이 더운 여름 날씨를 소재로 썼기 때문이다.

지코는 “신곡의 제목이 ‘서머 헤이트’인데, 날씨와 관련된 주제를 담은 노래여서 ‘일기예보를 직접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른 새벽, 방송국에 도착해 기상예보를 전하는 방법을 트레이닝 받은 지코는 능수능란하게 날씨 정보를 전한 후, 김가영 기상캐스터와 함께 안무를 곁들인 신곡 무대도 꾸며 눈길을 끌었다.

밴드 엔플라잉은 지난달 신곡 ‘아 진짜요.(Oh really.)’를 발표하며 KBS 1TV ‘TV쇼 진품명품’(진품명품)의 문을 두드렸다. 주로 중장년층 연예인들이 감정단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20대 아이돌이 등장한 건 이례적이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 진짜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진짜 속내가 아니라 형식적으로 소통하며 내뱉는 말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런 의미를 전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에 ‘진품명품’을 패러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런 인연으로 인해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엔플라잉의 멤버 김재현과 유회승이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그룹 위너는 이런 이색 행보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2016년 컴백 당시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에 출연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SBS ‘TV 동물농장’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실제로 숙소에서 고양이 3마리, 개 1마리 등 4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너가 반려동물을 목욕시키고 발톱을 깎이는 등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은 그들의 호감도를 높였다. SBS 관계자는 “최근 보도나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돌 가수의 경우 그들의 평소 생활 혹은 콘텐츠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컴백에 맞춰 JTBC 아침뉴스 일일 기상캐스터로 나선 걸그룹 트와이스와 ‘TV쇼 진품명품’, ‘TV 동물농장’에 각각 출연한 엔플라잉과 위너.(맨 위 사진부터)

코로나19가 가속화한 풍속도

유명 아이돌 가수들이 ‘홈그라운드’인 예능이 아닌 보도나 교양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린 건, 역설적으로 현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3∼5일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의 전국 시청률은 0.7∼0.8%(닐슨코리아 기준). 채 1%가 되지 않는다. 케이블채널 음악 순위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더 참담하다. 7월 첫째 주 기준, Mnet ‘엠카운타운’, MBC에브리원 ‘쇼 챔피언’, SBS MTV ‘더 쇼’ 모두 0.2%다. 게다가 유명 아이돌 그룹의 출연료는 회당 30만∼50만 원 수준. 의상, 헤어·메이크업, 백업 댄서 비용 등을 고려하면 무대에 한 번 설 때마다 소속사는 500만 원 안팎의 적자를 본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각 방송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컴백에 맞춰 출연하는 것일 뿐, 시청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은 크지 않다. 하지만 각 방송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출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다가 몇몇 유명 예능을 제외하면 시청률 역시 2∼3%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화제를 모을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런 풍속도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돌 그룹들이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빼먹지 않는 이유는 팬덤 결집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일이 되면 특정 가수를 좇는 팬덤이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고 ‘오빠’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몇몇 인기 있는 가수들은 팬덤을 따로 모아 일명 ‘사녹’(사전 녹화)을 하는 특혜도 누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음악방송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수들이 시청률 낮고, 적자를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목맬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생소한 만남, 누가 더 이익일까?

현재까지 아이돌 그룹과 보도·교양 프로그램의 만남은 ‘윈윈(win win)’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TV 동물농장’과 ‘6시 내고향’ ‘진품명품’의 시청률은 6∼10% 수준이다. 스타들이 출연하는 웬만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높다. 주된 시청자들이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팬층을 넓힐 기회도 된다.

최근 트로트 열풍에서 알 수 있듯,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계층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이들까지 공략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아이돌 그룹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이 얻는 이점은 무엇일까? 이들이 출연한 회차의 시청률은 눈에 띄는 변동이 없다. 팬들이 시청자로 유입되는 효과가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클립의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트와이스가 출연한 ‘6시 내고향’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200만 뷰에 육박한다. 지코와 위너가 각각 출연한 ‘뉴스투데이’와 ‘동물농장’의 조회 수 역시 각각 100만, 500만 뷰에 이른다. ‘아이돌 효과’가 뚜렷한 셈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로 기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새로운 활동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런 도전이 가속화했다”며 “아이돌을 이질적으로 느끼는 시청층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고, 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인 이미지를 쌓는 동시에 화제성도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장르를 넘나드는 이런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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