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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3일(月)
태영호 “‘버티면 된다’ 北환상 깨려면…‘核 있는한 번영못해’ 메시지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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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0일 백팩을 메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김정은 원하는건 제재 해제
안보라인 교체도 환영안해

여권 ‘대북 제재 해제’ 주장
北 오판하도록 신호 주는것

연락사무소 폭파 카드 쓴 北
전단 금지 등 원하는것 얻어

北차세대, 이념보다 실용중시
金氏 일가 정권 20년 못갈것

美·北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 완전히 배제는 못해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라인 교체 인사에 대해 “올바른 접근법도 아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오직 원하는 건 대북제재를 어떻게 풀지를 답하라는 것”이라며 “정부나 친여권 인사들이 ‘미국에 대고 대북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신호를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에게 조금만 버티면 핵도 갖고, 미국이 제재를 풀어 먹고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주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갖는 이상 절대로 경제적 번영과 주민생활 향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과 북한 주민이 확실하게 믿을 때 진정한 핵 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강공책으로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면서 “한국에서 우리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며 대북전단 금지 등 북한의 요구를 빨리 들어줘야 한다는 적반하장식 주장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에서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며 “김씨 정권은 앞으로 2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10월 제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 깜짝쇼)’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대북라인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북 안보라인을 교체해 북한에 다가가고, 북한의 마음을 사려 한 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큰 원칙을 먼저 내놓고, 거기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 정책 대안 제시 없이 인사만 교체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라 볼 수 없다.”

―북측에서도 반기는 인사가 아니라는 건가.

“북한도 별로 반기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2월 미·북 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에서는 대남라인과 외교라인이 다 바뀌었다. 북한 역사상 대남·외교라인 인물이 동시에 교체된 것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하노이 노딜에 대한 충격파가 컸다. 김 위원장이 노딜에 대로하면서 실무를 맡았던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를 대거 교체했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목이 날아간다’는 분위기가 북한 실무진에 팽배해 있다. 지금 북한에서 대남라인이든 외교라인이든 문재인 정부에 속아 하노이까지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분위기이고, 이 같은 분노를 문재인 정부에 분출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보다는 미국과 정책 사전 조율이 더 중요한데 이번 인사 교체가 미국과의 신뢰 강화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지금 같은 때는 오히려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대북·정보라인에 앉혀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이 바라는 건, 김정은이 하노이 때 내놓은 영변 핵시설 해체 대 2016년 이후 나온 대북제재 부분적 완화다. 북한은 한·미 워킹그룹도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대 대북제재 부분적 완화라는 이 틀거리(겉모양)에 대한 답은 없이 사람만 바꿨다고 대북관계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지 않나.

“그게 큰 문제다. 하노이 노딜을 통해서 우리(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느냐. 그리고 사실 대북제재 해제는 트럼프 대통령도 맘대로 하지 못한다. 대부분 대북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인데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하자고 해도 안보리를 거쳐야 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여 인사가 마치 우리 정부가 독단적으로 치고 나가면 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솔직히 털어놓고 안 될 건 안 된다고 명백히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대북제재 해제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신호를 주는 것과 같고 사실 북한도 믿지 않을 것이다.”

태 의원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밝힌 대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좋을 것 같다’는 답을 들은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서 ‘김정은이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중재했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까지 동원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강경책을 구사한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 위원장에게 계획이 다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한국을 통해 미국을 크게 흔들어 놓으려 했던 것 같다. 연락사무소를 폭파해 수면 밑으로 들어가 있던 미·북 정상회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그것도 문 대통령이 제안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위기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갑은 김정은, 을은 문재인’이라는 주종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측에서 ‘우리가 잘못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적 요인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경제난 등 내부 불만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 또한 김 제1부부장이 짧은 기간 내에 북한 안팎에서 각인됐다. 지금까지 북한 체제는 김정은과 김정은이 통제하는 군대가 장악했다.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과 군대라인에 끼어들어서 군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북한과 세계에 보여줬다.”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됐다는 의미인가.

“김여정이 2인자가 됐다는 문제와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문제는 별개다. 김여정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면 최근 열린 노동당 정치국 전원회의 때 주석단에 앉든지, 맨 앞자리에 앉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맨 앞줄에서 구석 자리에 앉았다. 김여정이 2인자는 맞지만, 후계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김정일 때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 장성택이 2인자 역할을 했지만 후계자는 아니었던 것과 비슷하다. 김정은 아들이 자라 후계 자리를 이어받을 때까지 임시 단계로 김정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 정도라고 본다.”

―김 위원장 지배 체제가 20년 이상 못 간다고 전망했다. 이유는.

“북한에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세대다. 새로운 세대는 북한의 폐쇄적이고 낙후된 사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적어도 자유민주주의는 아닐지라도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 체제를 타도하고 실용적 개혁을 바라고 있다. 북한에서 강경파로 꼽히는 군부에서도 합리적 사고를 가진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난 80학번인데 지금 북한에서 60년대생은 북한의 복지체제를 경험해 보았으나 90년대에 태어난 2030세대는 사회주의 복지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김정은이 추진하는 핵·미사일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믿음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김정은이 핵을 갖고 있는 한, 북한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을 김정은과 북한 주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북한 기존 세력은 핵을 가지고 미국과 관계도 풀고 경제 번영을 이룬 중국을 보고 자란 세대다. 중국 공산당도 그렇게 성공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티면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을 인정받고,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조금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 사실 핵을 가지니 2018년 2019년 남북, 미·북 정상회담들이 열리지 않았나. 이런 환상과 기대를 깨줘야 한다. 중국은 됐지만, 북한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북한이 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조치 같은 것이 되레 북한의 변화를 더디게 한다는 건가.

“그렇다. 식량도 주고, 철도도 연결하고 다 해주겠지만, 북핵을 먼저 폐기하라고 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또 하고 해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잘 살 날이 오지 않겠구나 하고 믿게 해야 한다. 이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에는 핵을 유지하려는 김정은과 이걸 가지면 미래가 없다는 개혁파 간 충돌이 일어나서 김정은 지배 시스템이 합리적인 사람들이 이끄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필요성이 있지만, 김정은에게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이 있는 10월은 정치 일정상 중요한 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김정은도 인민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10월 정치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만 한 것이 없다. 지난달 2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의 마지막 부분에 ‘당대외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는 문구가 있다. ‘연구’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제1부부장이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자고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에서 핵심은 한·미 연합훈련 폐기, 한반도 미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 정치·군사적인 조치들인데 대북제재 완화와는 달리 적대시 정책 철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권으로 해줄 수 있는 문제다. 싱가포르 회담 시에도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해 달라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들어주었다. 이번에 김여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영구 중단, 미 전략자산 전개 영구 중지 같은 조치를 취해 주겠는가인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구미가 좀 당기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미·북 사이에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 대 한·미 연합훈련, 미 전략자산 전개 중지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유지하는 동안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 전략자산 전개를 중지해야 하며, 이렇게 몇 년 지나가면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서서히 흘러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 유화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이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임기 중반을 지나 후반부에 접어들었지만 국민에게 보여줄 만한 국정 성과가 무엇이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재임 기간 성과를 남겼다. 경제 성과도 기대하기 힘든 문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남북관계밖에 없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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