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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3일(月)
최태원 “꾸준함보다 더 믿을 것은 없다”…미래먹거리 일군 ‘바이오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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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바이오팜 성공 이끈 최태원 SK그룹 회장

1993년 최종현 회장 P프로젝트
대한민국 최초의 신약개발 목표

2002년 최태원 회장 장기 비전
바이오 조직 통합해 본격 시동
2011년 SK바이오팜 출범시켜

작년 뇌전증치료제 美FDA 승인
지난 2일 코스피 상장 IPO 대박
3거래일 연일 상한가 시총 17위


“이 세상에 꾸준함보다 더 믿을 것은 없다. 신약 개발의 여정을 같이 걸어온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SK그룹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같이 말했다. ‘꾸준함보다 더 믿을 것은 없다’는 최 회장 말처럼 신약 개발은 힘들고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통상 10∼15년의 기간과 1조∼2조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 개 후보 물질 중 1개 정도만 시판 가능한 신약이 된다. 과감한 투자와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신약이 나올 때까지 십수 년간 실패를 용인하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의 성공 여부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에 비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를 이어 온 SK의 바이오 육성 = SK의 바이오 신화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뚝심·패기가 만들어냈다. 최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제약(Pharmaceutical)의 영어 단어 첫음절을 딴 ‘P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바이오산업을 시작했다. 신약 산업 최전선인 미국 뉴저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에도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하면서 글로벌 선두기업 따라잡기에 나섰다. 당시 국내 제약사는 대부분 복제약 시장에 주목했지만, 최 선대회장은 한국에서 최초의 신약을 선보이겠다는 신념으로 다른 기업들과 차별적인 선택을 했다.

최 선대회장이 연구·개발(R&D)에 주력하며 바이오산업의 기틀을 닦았다면 최 회장은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미국에 설립했던 연구소에서 R&D 성과물이 나타나자 연구소를 의약개발전문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중국에도 별도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R&D에 중점을 두면서 R&D 성과물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계해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어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산업을 꾸준히 육성,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분야가 그룹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신약개발사업부, 라이프사이언스사업팀, 생명과학연구팀 등 5개로 나뉘어 있던 바이오 관련 사내 조직을 통합하는 등 사업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  최태원(왼쪽 첫 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의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방문해 조정우(〃 세 번째) SK바이오팜 사장 등과 회의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위기 때 빛난 최 회장의 리더십 = 최 회장의 뚝심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이 났다. SK는 뇌전증 치료제인 카리스바메이트를 개발해 1999년 임상 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수출을 했지만, 2008년 FDA 허가 단계에서 승인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출시가 무산된 직후 최 회장은 오히려 존슨앤드존슨과 벨기에 제약업체 UCB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인력을 영입하고 투자를 지속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갔다. 2007년 SK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도 최 회장은 신약개발 조직은 지주회사인 SK㈜ 아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회사로 분사시켰다가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지주사 보호 아래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SK는 2011년 SK㈜의 사업부서였던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독립 법인이 되면서 SK바이오팜은 더 많은 투자와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이 갖춰졌다. 최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찾아 연구진을 격려하고 R&D 투자액을 증가시키면서 바이오산업의 내실을 다져 나갔다. SK바이오팜은 2016년 540억 원, 2017년 858억 원, 2018년 1223억 원, 2019년 1772억 원을 R&D에 투자하며 신약 개발의 자양분으로 활용됐다.


◇상장 후 시총 17위 안착…‘IPO 대박’ =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지난 1993년 P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거둔 성과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만 약 31조 원이 몰린 데 이어,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로 치솟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하기도 했다.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SK바이오팜은 지난 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7위(16조934억 원, 우선주 제외)에 올랐다. SK 상장사 중에서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에 이어 네 번째로 시총이 크다. 현재 SK바이오팜은 40여만 종의 중추신경 특화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만5000종은 자체적으로 합성했다. SK바이오팜은 앞서 출시가 무산된 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한 연구를 재개하는 등 8개의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 미래먹거리 낙점…수직계열화로 제2의 도약 =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판매 허가를 받음에 따라 2종의 신약 허가를 받은 기업이 됐다.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치료 신약물질인 솔리암페톨을 1상까지 진행한 뒤 미국 제약사인 재즈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을 한 바 있다. SK바이오팜과 더불어 SK팜테코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SK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바이오·제약 분야를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LNG 밸류 체인 △반도체 소재·모듈 등과 함께 5대 성장 분야로 선정했다. 바이오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SK의 바이오산업은 신약 R&D를 비롯해 원료의약품 생산, 마케팅을 포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R&D를 담당하고 의약품 생산은 SK팜테코가 담당하는데 R&D와 의약품 생산까지 갖춘 바이오 기업은 흔치 않다. SK가 그만큼 바이오산업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SK는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를 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은 지난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보유한 아일랜드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SK는 2018년에는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생산 설비 확충에 집중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것은 SK가 최초다.

SK는 지난 1월 한국과 미국, 아일랜드에 산재한 의약품 생산기업 세 곳을 통합한 SK팜테코를 출범시키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태원 회장 프로필>

나이 : 60 학력 : 신일고, 고려대 물리학 학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학사,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 수료 이력 :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 유공 사업개발팀장 상무이사, SK 종합기획실장 대표이사 부사장,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최종현 학술원 이사장, SK 대표이사 회장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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