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옹호자로 살았던 朴… 진실 밝히는 게 진정한 애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마지막 배웅 13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정과 위패가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결식이 열린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박원순 前시장 오늘 영결식

민주 지도부 등 100여명 참석
분향소엔 200여명 추모 발길
고인 뜻따라 창녕 선영에 안장

식장 밖선 ‘고성→항의’로 시끌
정교모 “죽음으로 모든 걸 덮는
악순환은 더이상 없어야” 입장

지난 9일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13일 세간의 논란과 의혹을 뒤로 한 채 영면의 길로 떠났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를 둘러싼 갈등은 장례식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도 봉합되지 않은 채 미결의 과제로 남아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 하늘에서 궂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박 전 시장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유족과 장례위원회 관계자, 취재진, 수십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박 전 시장의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좌중에선 “아이고” 하는 통곡이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전 7시 20분쯤 박 전 시장의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출발해 영결식이 예정된 서울시청으로 향했지만, 참석자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흐느끼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운구차가 20여 분 뒤 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하자 분향소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통곡이 나왔고 “시장님, 나쁜 놈들 없는 곳으로 가세요” 등의 외침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시청 앞 분향소엔 이날 200여 명의 시민이 이른 아침부터 우산을 받쳐 쓴 채 줄지어 서서 박 전 시장을 추모했다.

이날 발인에 이어 오전 8시 30분부터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 명만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대신 서울시와 tbs교통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고인과 함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깊은 인연을 쌓았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추도사를 통해 “수많은 서울시민과 국민, 해외 다수 인사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당신의 창의적 발상과 발상이 현실이 되게 한 실천력·헌신성에 항상 놀라고 탄복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며 “당신이 그동안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서울시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고 애도했다. 박 전 시장 딸 다인 씨는 유족 대표로 나서 “아버지는 항상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의 결정에 따르던 시장이었다”며 “화려한 양복뿐만 아니라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시민들의 진심 어린 조문 행렬을 보면서 제가 모르던 아버지의 삶을 알게 됐다”고 울먹였다. 영결식 후 시신은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끝내고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고향인 경남 창녕 선영에 안장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사망 배경으로 거론되는 성추행 혐의 피소에 대해서는 영결식장 안팎에서 여전히 논란이 됐다. 이날 시청을 찾은 한 남성은 “나도 (박 전 시장) 지지자이지만 성추행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외쳤다가 주위의 거센 항의를 받고 쫓겨나듯이 물러나기도 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살로 모든 걸 덮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범죄 연루자는 ‘공소권 없음’에 구애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게 하고, 자살은 예우의 대상이 되는 사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영·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