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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4일(火)
‘신형독재의 집사’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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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권을 뒷배 삼아 최근 벌이는 행태를 보면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를 닮는다’는 경구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정권 초기 전(前) 정권과 전전(前前) 정권의 정적들을 잡아들이는 적폐청산의 도구로 여기다 막상 수사 칼끝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검찰을 장악하려는 권력의 마성(魔性) 또한 느껴진다. 선출된 정치권력이 어떻게 하면 공공성을 잃고 사적인 권력으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 사건에서는 정권의 공작 냄새가 진동한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윤 총장과 가까운 ‘권언유착 검사장’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었을 테지만, 당대 최고의 법률가(전국검사장회의 참석자)들은 이를 “위법하고 부당한 처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권력은 개의치 않고 이달 말로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지난 1월에 이어 윤석열 사단에 대한 2차 대학살을 벌일 것이다.

추 장관은 마치 ‘권력의 집사’처럼 처신한다. 그 뒤에는 ‘고용주’인 문 대통령과 청와대 권력이 있다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추 장관을 앞세운 이들의 검찰 장악 행태는 올해 들어서만 권력 수사팀 공중분해, 최강욱 기소 수사팀에 대한 감찰 압박, ‘울산시장선거 개입 및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 공소장 공개 불허,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사건 재조사 획책 등 셀 수 없이 많다. ‘추미애의 난(亂)’엔 범죄 혐의를 받는 여권 소속의 유력 인사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울산시장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황운하 의원, ‘조국백서’ 집필 관련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김남국 의원, 여러 건의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혐의를 받는 최강욱 의원 등이 건건이 검찰에 각을 세우고 추미애의 난에 가세하면서 직권남용과 국정농단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987년 체제’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직계 가족과 최측근, 심지어는 대통령 본인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수감 되기도 했지만 현 정권 같은 검찰 장악 시도는 없었다.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권력의 무도한 행태만으로도 정권의 정체성은 이미 초보 파시즘과 신형독재를 넘어 유사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여권 내부에서도 “(추 장관 언행에) 말문을 잃을 정도”라는(조응천 의원) 반응이 나왔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지적한 대로 민주주의가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무너지는 건 민주주의와 관련한 역설 중 가장 비극적인 역설이다.

추 장관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엔 친문진영의 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 더 큰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문심(文心)’ 얻기라는 의지적 요인, 그리고 ‘노무현 탄핵의 주역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한 과잉충성’이라는(진중권 전 교수) 심리적 요인이 작동한다. 결국, 추 장관의 언행을 규정하는 독립변수는 문 대통령이다. 추 장관이 ‘권력의 집사’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권력의 이런 행태에도 여론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법의 탈을 쓰고 서서히 국민 이성과 의식을 마비시키며 민주주의를 고사시키는 이런 상태야말로 대한민국이 신형독재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표징이다. 정말 민주주의는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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