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입장 내도 논란… 길어지는 ‘靑의 침묵’

주요한 성폭력 사건 때마다
성인지 감수성 강조 ‘온도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피해자 측의 13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간 주요 성폭력 사건을 대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여권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온 것과 온도차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전날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 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청와대가 관련 언급을 꺼리는 것은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성추행 의혹을 둘러싸고 여론이 갈리고 정치권이 갈등 양상을 빚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내놓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권과 여성계 등에서는 청와대의 침묵이 사실상 박 전 시장에게 기운 판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지난 12일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조문을 했고, 조화를 보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박 전 시장과 관련,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