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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4일(火)
“정치 꽃뱀이라니…” 2차 가해에 우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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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출해야지. 몇 년 전 일을 이제 고소하는 건 무슨 심보냐.”(포털사이트 댓글)

“박원순 (서울시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여비서의 신상을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 꽃뱀인지, 개인적 미투인지 궁금할 수밖에….”(SNS 게시글)

“(신상 확인)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같은 여자로서 제가 그분 참교육 시켜줄 겁니다.”(한 온라인 게시판 글)

지난 9일 갑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하루 전, 몇 년간 비서로 일했던 여성 A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이같이 A씨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낸 글들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란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란 글을 올려 맹비난을 받았는데요.

고인의 사망 원인을 A씨 탓으로 돌리는 이들이 생겨나며 무분별한 ‘신상털기’ 우려가 제기된 것은 박 시장 사망 이튿날부터입니다.

SNS에는 A씨가 피해를 진술한 것처럼 작성된 글이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여성의 사진들도 여러 장 유포됐습니다.

발 빠르게 야권을 중심으로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미투 테러는 그냥 먹힌다’, ‘공작·조작이다’라며 A씨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지난 13일 고소인 A씨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다”고 주장하며 박 시장의 극단 선택 이후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A씨 측은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진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 “문제의식 없이 2차 가해”…성추문 때마다 반복돼

물론 박 시장 죽음과 해당 고소 건의 직접적 관련성을 고인 유서에선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경찰도 피고소인 사망으로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했고, 그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해 진실을 알기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일부 누리꾼들이) 자체적으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등 권력자가 성 추문에 휩싸이면 피해 여성의 과거 이력과 사생활 등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까발려지고,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전 국민이 알게 되는 행태는 반복돼 왔습니다. 특히 피해자 얼굴이 공개될 경우, 입에 담기 어려운 음담패설과 폭언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도 “성폭행이 아니라 불륜 아니냐”는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최근 누리꾼 40명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연예인 성 추문 사건이 터질 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구속된 정준영의 이른바 ‘몰카’ 사건 당시 영상을 수소문하거나, 피해자를 추측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관련없는 여성 연예인들 리스트까지 돌아 이들이 법적 조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누리꾼들은 어떤 이슈가 생기면 신상털기라든지 마녀사냥에 나선다”라며 “상대 여성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 욕구도 있고 특히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은 (피해 주장) 여성에게 엄청난 비호감과 불만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신상털기뿐 아니라 비난과 욕설을 퍼붓고 ‘미투’를 주장한 여성에 대한 혐오감도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 “2차 가해 실제 처벌 강화해야”…피해 주장 여성 연대 목소리도

유사 상황이 반복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의 2차 가해에 대한 실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곽 교수는 “악성 댓글 같은 2차 가해는 폭력”이라며 “그러나 피해자 신상털기나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이 벌금 몇십만원에 그친다. 온라인에서 명예훼손을 하는 데 대한 처벌이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인터넷상 명예훼손죄, 모욕죄도 있고 신상털기 같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다”며 “그런데 개인 인격에 심각한 손상을 미치는 침해라면 중형을 내려야 하는데 벌금 50만원, 100만원에 그치니 반복된다. 온라인 시대엔 근절하기 쉽지 않으니 법이 시대의 기술 진보에 따라 보완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2차 가해에 반발하며 피해 주장 여성을 보호하고 연대하겠다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왔습니다.

SNS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란 해시태그가 퍼졌고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함께 하겠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제2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수정 교수도 “피해자를 위해선 실제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조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된다”며 “또 피해 사실이 서울시청 내부에 알려진 바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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