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中서 발견 ‘돼지독감’, 신종플루 등 3가지 섞여… “변종 바이러스 출현은 상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G4 변종과 H1 계열 바이러스 간 아미노산 차이를 가진 H1 구조가 빨간색으로 강조된 모습.

숙주 안의 다른 바이러스들
핵산 교환·재편성하며 ‘변이’
면역 갖추기 전 피해 불가피

바이러스의 변종, 특히 전 세계적 유행 사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의 변종은 등장할 때마다 인류를 긴장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각오하고 있는 인류에게 바이러스 변종 현상은 또 하나의 위기 상수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지난 6월 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킨초우 챙 영국 노팅엄대 교수와 중국농업대학(CAU)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밝혀진 이번 바이러스는 ‘G4 EA H1N1’(G4)으로 명명됐다. ‘H1N1’은 2009년 국내에서만 75만여 명의 감염자와 263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 플루 바이러스다.

G4 바이러스는 유럽과 아시아 조류에서 발견되는 균주와 H1N1 바이러스, AI 및 돼지독감 바이러스 유전자를 갖고 있는 북미 H1N1 바이러스의 3가지 선종이 독특하게 혼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G4 바이러스의 주요 유전자 중 일부는 인체에 면역성이 없는 AI 바이러스였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에게 감염돼 전염성이 확인될 경우 새로운 백신이나 치료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해당 바이러스 문제를 주시하면서 전파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주로 핵산 재편성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숙주에 동시 감염된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숙주세포 안에서 서로의 핵산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핵산을 재편성해 이전에는 출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종 플루도 조류, 돼지,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핵산 재편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인간 중 누구도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지 못해 큰 피해를 당했다. 전 세계적 유행을 초래한 코로나19도 천산갑과 박쥐의 바이러스가 핵산 재편성을 통해 강력한 전파력을 얻게 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일부 바이러스는 자신의 핵산을 정확히 복제하지 못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그 존재 자체로도 위협이지만, 끊임없는 변종의 출현 역시 인류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각종 신종·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지난 2월 과학기술 분야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코로나19 외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운 만큼, 상시 감시체계에서 이런 바이러스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는 게 한림원 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 역학조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림원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비한 백신을 개발하고 비축할 수 있게 연구·개발(R&D)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며 “국가 연구소와 민간 연구기관이 협력해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도록 하고 학자 간에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