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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6일(木)
급조한 재탕·삼탕 ‘올드딜’… 민간 투자 위축시키는 ‘구축효과’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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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판 뉴딜’에 대해 급조된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직접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판 뉴딜’ 무엇이 문제인가

美 뉴딜, 새로운 처방으로 ‘경제 재정렬’ 성공… 한국은 대안 없이 재정확대·제조업 중심만 고집
혁신적 사고 ‘브레인트러스트’ 없이 국가주도형 심화… 소주성 폐기·규제 혁파로 민간 창의 살려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25년까지 국고 114조 원과 민간·지자체 투자분 46조 원을 포함, 모두 160조 원을 투입해 19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한국판 뉴딜’ 구상을 14일 직접 발표했다. ‘국가 대전환 선언’이라고 밝힌 이 계획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세 개의 축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면 미래 비전과 치밀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코앞에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단기간에 기존 정책 수단들을 급조해 내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뉴딜(New Deal)’은 말 그대로 ‘새로운 처방’이라는 뜻인데, 이날 발표된 내용엔 새로움도 처방도 거의 보이질 않는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은 기존의 제도를 혁파하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는 완전한 ‘경제적 재정렬’ 운동이었다. 한국판 뉴딜이 새로운 처방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장에 장애가 돼온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자성과 폐기, 그리고 시장 발전과 민간의 창의를 가로막는 규제의 혁파를 선언하는 것에서 시작했어야 했다. 재탕·삼탕 식의 급조 정책으로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전환’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의 ‘뉴딜’, 한국의 ‘올드딜’

이번 정책의 전범이 된 것은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시기 미국에서 시행된 뉴딜 정책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은 기존 시장 중심에서 강력한 정부 개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대적 분위기와 요청을 반영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직접적 재정투자에 의한 공공사업 실시, 보호무역주의 시행, 노동자 단체교섭권 강화, 사회보장법 법제화 등이다.

뉴딜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은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진행 중이다. 효과가 없었다는 측은 보호무역주의, 세율인상, 최저임금 시행이 기업 투자 의욕 저하를 불러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견해다. 이는 다우존스지수나 실업률이 1930년대 말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온다. 효과가 있었다는 측은 이들 주장을 일축하면서 지표의 개선만으로도 상당한 회복을 했다고 강조한다. 어느 경우라도 뉴딜이 이전까지의 미국의 경제 기조와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처방’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정책의 비전, 실현 가능성, 그리고 재정 확보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친 종합계획이라기보다는 정치·사회·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단기간에 기존의 정책 수단을 급조한 느낌이 강하다. 디지털 뉴딜 사업을 봐도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추진하는 기존의 여러 사업 중 몇 개를 선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이 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목표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탄소 제로 등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특히 제로 탄소 시대를 강조하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 믹스’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신재생에너지로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돼 있지 않다.

◇정부주도 전략과 구축효과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국가주도형 성장이라는 경로 의존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국가주도 성장 정책은 하나의 ‘난센스’다. 특히 디지털 뉴딜은 정부주도가 아닌 시장의 자율과 민간의 창의로 발전시켜야 할 분야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포함한 제도개혁과 규제 완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이뤄진다면 민간 부문이 충분히 주도해 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판 뉴딜은 ‘구축(驅逐)효과’(crowding-out effect)를 고려하지 않았다. 구축효과란 정부 지출 확대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불황 시 정부는 스스로 지출을 늘려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한다. 이른바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정부 지출은 크게 과세나 민간에서의 차입에 의존한다. 늘어난 세금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므로 정부 지출 증대는 민간 소비 감소로 상쇄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시행하기 위한 재정 확보를 기존 예산의 조정을 통해 할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정부 예산 증액을 통해 할 것인지를 설명했어야 했다. 순수하게 정부 예산을 증액하려면 국비만 매년 평균 20조 원 이상 증액돼야 한다. 이때 구축효과 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까지인데 그 이후 재정 조달은 다음 정부의 몫이라는 뜻이라면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뉴딜에 새로 쏟아부을 재정을 기존 예산의 조정을 통해, 즉 기존 사업 투자분의 전환을 통해 하는 것이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투자가 감소하는 분야에서의 일자리 감소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 감소에 의한 일자리 감소라는 마이너스 효과가 뉴딜 시행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플러스 효과보다 크면 순 일자리 수는 줄어들 것이다.

◇‘브레인트러스트’ 부재

한국판 뉴딜정책에는 산업구조 전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린 뉴딜 정책만 보더라도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이 포함돼 있지만, 그간 경제성장 동력이 됐던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 등 기존 전통 산업을 어떻게 녹색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은 없다. 특히 에너지 믹스에 대한 고민 없이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만 강조하고 있어,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비용도 문제지만 이 정책을 통해 미래에 달성해야 할 제로 탄소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뉴딜의 주요 사업이 에너지 고소비 분야라서 탄소 배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제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플랫폼 분야를 비롯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책은 없다. 1960∼1970년대 토목건설 시대도 아닌데 대부분 인프라 확충에만 중점이 있다.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은 원격의료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해 느낀 절박감에 비하면 매우 약하다. 이제 한국도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2025년까지 1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그 실현 역시 회의적이다. 지속적인 재원 마련과 재정 부담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확대는 정부가 아닌 민간 사업자들이 직접 해야 한다. 정부는 퍼주기 정책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부담은 민간이 지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문 대통령 주변에 제대로 된 두뇌집단 즉 ‘브레인트러스트’가 없는 데서 발생한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은 혁신적으로 사고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브레인트러스트’의 제안을 받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새로운 처방을 힘 있게 추진함으로써 역사에 남았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세줄 요약

미국의 ‘뉴딜’, 한국의 ‘올드딜’ : 1930년대 미국 뉴딜은 이전의 경제 기조와 정책 방향을 뒤집는 ‘새로운 처방’이었음. 하지만 14일 공개된 ‘한국판 뉴딜’은 정책 비전과 재정 확보 방안 등은 없이 기존 정책 수단들을 재탕·삼탕해 급조한 것으로 평가됨.

국가주도 전략과 구축효과 : 정부가 여전히 국가주도 성장이라는 낡은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재정 지출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음. 이는 시장 자율과 민간 창의를 죽일 수 있음. 무분별하고 확장적 재정 정책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초래함.

‘브레인트러스트’ 부재 : 한국판 뉴딜은 규제 혁파도 없고 산업구조 전환에 대한 고민도 없으며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도 못했음. ‘소주성’ 경로 의존성을 벗어나 혁신적 사고를 하는 대통령의 두뇌집단, 즉 ‘브레인트러스트’ 부재가 이런 문제를 빚음.


■ 용어 설명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란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로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것. 화폐공급량은 불변인 채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 이자율이 상승하고 민간 투자를 억제해 소득증대 효과를 상쇄함.

‘브레인트러스트(Brain Trust)’란 선거 입후보자나 현직 공직자의 두뇌집단. 1932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선거 캠페인 동안 활동했던 대학교수 집단에 처음 적용됐는데, ‘뉴딜’을 통해 그 의미를 획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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