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재판부 “드루킹 댓글 역작업 공소사실서 빼라”

金지사측 주장 받아들인 것
“118만개 댓글 전수조사하라”
재판 막바지에 무리한 요구
일각서 “무죄나 감형 아니냐”

법원이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에서 특검 측에 118만 개 댓글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변호인 측 주장을 수용한 만큼 은수미 성남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김 지사도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어 결론이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2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특검 측에 “(댓글의 성격을) 전수조사해 (역작업을) 석명해 달라”며 “2월 달에도 말씀드렸는데 (특검 측에서) 6월 말에 와서 공소사실에 포함돼야 한다고 해서 황당하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작업은 ‘드루킹’ 김동원 씨 등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현 여당에 불리한 내용의 댓글에 추천을 누른 것을 말하는데, 이 내용을 가려내 공소사실에서 빼라는 주문이다. 특검 측은 역작업이 김 지사가 김 씨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댓글 추천수 조작’의 공소사실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작업은 전체 댓글의 1% 정도다. 이에 김 지사 측은 역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추천수 조작으로 현 여당에 유리한 내용의 댓글을 부각시켰다”는 특검 측의 공소사실과 정반대라며 공소사실에서 모두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18만 개에 달하는 ‘댓글 분류’ 작업을 하라고 요구하면서 특검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양이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르면 다음 기일인 8월 17일 심리를 끝내겠다고 밝혀 그 전까지 전수조사를 완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변호사는 “거의 밤을 새워서 해도 어려운 작업으로 합리적인 증거조사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라며 “핵심 공소사실도 아닌 1%에 불과한 역작업 내용을 모두 소명하라는 것은 사실상 특검에 폭탄을 떠안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의 심리가 계속해서 늦춰지는 상황에서 심리 막바지에 김 지사 측에 유리한 요구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2심 결과도 무죄 취지 혹은 감형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지사와 은 시장이 대법원 판결에서 회생한 만큼, 김 지사 역시 2심 결과를 떠나 임기를 다 채운 뒤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서도 김 지사의 2심 재판에 대해 “2심에서 어떻게 나오든 대법원이 (무죄로) 풀어주면 그만 아니냐”는 댓글이 다수 달리는 등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