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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기획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21일(火)
팬데믹, 신앙의 본질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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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포교국장 무일스님이 지난 7일 전국 교구본사 포교국장들과 첫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조계종 제공
▲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가 뉴노멀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KT가 서비스하는 종교단체 자체방송국을 통해 신도들이 온라인 신앙 생활을 하는 모습. KT 제공
종교인들의 자아성찰…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소외된 이 섬기는 신앙으로” 목소리 커져
종교계, VR·AR 활용한 예배, 유튜브 스트리밍 법회 등 시스템 혁신으로 새 길 모색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도권 종교 기존 틀 깨고 콘텐츠 개발” 인식 확산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종교에 위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올바른 종교 이해를 확산시키고 종교 본연의 모습을 세상 안에 환하게 밝히고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교 대우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 천주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는 예기치 못한 감염병 사태 이후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톨릭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은주 가톨릭문화연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신앙이 나만의 문제나 행복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종교성을 시민성으로 확장해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섬으로써 가톨릭이 더 성장하고 신앙인이 성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잡지 ‘가톨릭 평론’ 7·8월호도 특집을 통해 팬데믹 시대에 교회가 가야 할 길을 다루고 있다. 이 특집은 감염병 사태가 신앙생활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모습을 성찰하고 새로워지는 길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기치 못한 감염병 사태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성당 미사를 멈춰야 했던 한국 천주교가 지금까지의 모습을 돌아보며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주류 종교들이 모두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가 미래준비 세미나 ‘뉴 노멀, THE NEXT?’를 두 차례 연 것이 대표적이다. 이 교회는 지난 5월 신도 2만3971명(1차 1만4826명, 2차 9145명)이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열었다.

신도들의 설문 응답은 “감염병 사태로 인간의 한계를 절감했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교회가 차세대 예배와 가정 예배의 바람직한 모습을 정립하는 과제를 안게 됐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현장 예배를 멈추고 온라인 예배로 신앙생활을 하는 초유의 경험을 통해 시대 상황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신도들은 비대면 상황이 신앙의 소홀로 이어지지 않도록 영적 각성을 위한 플랫폼 활용과 콘텐츠 제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터넷 강의처럼 개인 시간에 맞춰 영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나 아동용 성경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차세대를 위한 복음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는 등 교회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면서 “전통을 중시하는 분들은 불편할 수 있으나, 변화를 위한 실험에 앞장서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기술 채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려는 것인지 성경 역사 속에서 생각하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어느 한 교회의 성장, 발전이란 게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며 “현재 구축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많은 교회가 참여함으로써 교회 간 장벽을 넘어서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길 바란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온라인 예배 체제를 정비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회의 이영훈 목사는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가정 예배를 더 활성화하고, 사회 속으로 들어가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낙 작은 규모라서 온라인 예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임대 교회들을 위해 임대료 지원 사업을 펼치는 것은 나눔 실천의 하나이다.

불교계에서도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지난 7일 전국 교구본사 포교국장 회의를 처음으로 화상으로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포교원장인 지홍 스님은 “코로나19로 경제와 사회는 물론 국민의 기본적인 일상생활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국불교도 이에 따른 준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불교계는 감염병 사태 이후 산문 폐쇄와 법회 중단, 연등회 등 주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로 인해 각 사찰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종단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경제 위기로 더 힘든 소외계층에게 물품을 지원하는 등의 이타행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편리를 극단적으로 추구해 온 인간 중심 문명이 코로나19 확산을 불러온 것이라는 성찰을 바탕으로 불교의 사상적 근간인 이타성, 소유욕의 절제가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사찰 현장 법회는 중단됐어도 개인 수행은 오히려 늘어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계종이 진행하는 신행수기 공모에 역대 최다 작품이 몰린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각 사찰은 사찰에 나오지 못하는 불자들이 가정에서 개인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법회를 강화하고 있다. 부산 홍법사와 합천 해인사, 서울 봉은사, 안양 한마음선원 등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스트리밍 법회 중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원불교도 ‘코로나 이후의 교단 운영 연구 보고서’를 내부 조직이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교화 포럼을 여는 등 미래 준비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원불교 중앙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출가자(26명)와 재가 신도(69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온라인 설교에 대해 출가자는 비효율적이라고 여기지만 재가 신도들은 효율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화 활성화를 위해 출가자는 교화단 및 소그룹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본 반면 재가 신도들은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중앙교구는 교화 포럼의 특별 좌담을 통해 “출가자 중심의 교단에서 벗어나 재가·출가자가 함께 지혜를 모은 시스템 교화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도권 종교로서의 기존 틀을 깨고 온·오프라인 교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변해야 산다’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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