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美 대선 변수 결국은 경제… 트럼프 ‘親기업’· 바이든 ‘중산층’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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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美 대선 100여일 앞으로… 두 후보 공약 비교

- 트럼프‘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법인세·개인 소득세율 인하
中 때리기·반이민 정책 확대
韓 방위비 증액 압박 거세질 듯

- 바이든‘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
고소득자 대상으로 핀셋 증세
동맹국과 연대 나토 관계 강화
김정은과 직접 대화 반대할 듯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상반된 공약을 내걸며 표심 몰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명운을 걸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온건한 중도주의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The 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이라는 구호로 치유와 화합을 앞세웠다. 두 후보의 정책이 180도 달라,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승부 향방 가르는 경제… 트럼프는 감세에, 바이든은 중산층 살리기에 방점 = 코로나19 사태 이전 경제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영구 인하하고, 재임 중 최고 세율 기준 39.6%에서 37%로 내린 개인 소득세율을 2025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연말까지 급여세를 면제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에너지·금융·농업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 정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산층 확대를 목표로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를 공약으로 냈다. 2017년 개정된 세법을 폐지해 현행 21%인 법인세를 28%로 인상하고 개인소득 현행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또한 연간 40만 달러(약 4억7900만 원) 초과 소득자에게 사회 보장세를, 100만 달러(약 11억970만 원) 초과 소득자에겐 보통세율로 양도소득 및 배당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 vs 다자협력체제 =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고수하는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 관계와 세계 지도자 역할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발생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백신·치료제도 자국민 공급을 챙기는 ‘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선될 경우 WHO에 재가입하고, 유엔 및 주요 국가들과 방역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취약 국가를 지원하겠다는 견해다. 안보, 통상 부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경고했고, ‘중국 때리기’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시사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다자주의 회복을 목표로 나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나 동맹국과 연대를 통한 중국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과 기후 부문도 마찬가지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 지급을 약속해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 공조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고 탄소 배출 감축, 신규 시추 금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반이민 기조도 심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 재결합을 우선하는 제도보다는 능력 기반의 이민 정책을 선호한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제도(DACA·다카)를 폐지하고 멕시코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포괄적 이민개혁법을 지지하고 있다. 드리머(Dreamer)라고 불리는 다카 수혜자에게 시민권을 즉시 부여하고 각국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임시보호신분(TPS) 프로그램을 복원할 예정이다.

◇당선자에 따라 한반도 정책, 한·미관계 전망도 달라져 =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의 친분을 중시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2020 미국의 선택: 주요 변수 및 결정 요인과 한국에 주는 함의’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전격적인 협상 재개 또는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빅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례 없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 시 미 행정부가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요구하는 수위는 한 단계 높아질 예정이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 행정부는 전통적인 동맹 중심의 안보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방위비 분담금 압박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실무협상을 중시해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반대할 가능성이 더 크다. 북한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추구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이나 대북 지원 추진을 선호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한·미 공조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