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살아 있는 것과 신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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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먹는 것은 대부분은 본래 살아 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음식이 되려면 죽어야만 하는데, 죽는 순간부터 상태가 달라지니 문제다. 생명이 끊긴 후에 일어나는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지만 그 변화가 ‘상하다’ 혹은 ‘썩다’에 이르면 문제가 되니 이왕이면 살아 있는 식재료가 좋고 그렇지 않다면 신선한 것이 좋다.

말 그대로 날것으로 먹어야 하는 회는 더더욱 그렇다. 식재료에 열을 가하는 과정이 조리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균들을 죽이는 과정이기도 하니 그 과정을 거치지 않는 회는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의 머릿속에 있는 횟감은 바다나 수족관에서 방금까지 헤엄치던 것이어야 한다. 이를 두고 우리보다 회를 더 즐기는 일본인들은 의아해하기도 한다.

같은 회라도 우리가 즐기는 것은 ‘활어회’라 하고 일본인들이 먹는 것은 ‘선어회’라고 해 구별하기도 한다. 살아 있는 것을 잡았으니 신선도는 보장할 수 있는 것이 활어회이고, 죽었지만 신선한 상태로 유지한 것이 선어회다. 어느 쪽이 식감과 미감이 더 좋은지는 개인차가 있을 테니 굳이 따질 일은 아니다. 우리와 일본의 식문화 차이도 엄연히 있으니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도 아니다. 호불호(好不好)의 문제일 뿐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각자의 여건과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될 일이다.

우리가 활어회를 선호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의 열악한 유통 과정이 있다. 바닷가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구할 수 있지만 산 넘고 물 건너 이동하려면 횟감이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싱싱하지 않은 회를 먹어 탈이 나기도 하고 이런 회를 속여 팔기도 하다 보니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횟감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세월이 좋아져 산골짜기에도 살아 있는 횟감이 배달된다. ‘살아 있음’을 위해 치러야 할 값비싼 비용을 감안하면 ‘신선함’에 믿음을 둬야 할 때도 됐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