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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27일(月)
영웅이 불가능한 시대…‘뉴 노멀 리더’는 리더를 만드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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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기술혁명 ‘인류역사 전환기’… 신간에서 배우는 새 리더십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한명이 아무리 통찰력·지도력 뛰어나도
전통적인 리더 모델로는 흐름 놓칠 수밖에

단순한 권한위임의 수준 넘어
조직원에 곁가지 아닌 핵심통제권 줘야
같은 사람도 조직문화에 따라 창의성 달라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우리가 안고 있는 중대한 문제는 그 문제가 발생한 시대의 사고방식과 수준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당연히 그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힘으로도 말이다.”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최근 한국에서 발간된 ‘턴어라운드’(L 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김동규 옮김, 세종서적)를 위한 추천사에서 “지금은 인간의 업무처리 방식이 산업시대의 ‘통제’(control)로부터 지식노동시대의 ‘해방’(release)으로 바뀌는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급격한 변화, 전례 없는 위기의 시대에 한 명의 리더가 조직의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리더-팔로어 모델’은 이제 종언을 고했다는 진단이다. 코비는 이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심오한 변화”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영웅적인 리더 한 명에 의존하는 데에서 탈피, 조직원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하지 않고선 조직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턴어라운드’와 ‘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조준호·김경일 지음, 지식노마드) 등 리더십과 조직 운영의 근본적 변화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는 것은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

◇‘리더-팔로어’에서 ‘리더-리더’로 = 기술 혁명의 거침 없는 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보여준 ‘오래된 표준’(old normal)의 취약성 등 최근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태들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금 우리는 결코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시대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통찰력과 지도력을 지닌 리더라도 이런 거대한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다.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선 리더가 전체를 이끄는 전통적인 ‘리더-팔로어 모델’이나 ‘지시통제형 리더십’을 대체할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시급히 요청되는 것이다.

미국 태평양함대 소속 핵잠수함 산타페 함을 이끌었던 L 데이비드 마르케 전 함장은 저서 ‘턴어라운드’에서 ‘리더-팔로어 모델’의 대안으로 ‘리더-리더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리더-팔로어 모델’이 형성된 시기는 인간의 노동이 주로 육체적인 영역에 머물던 무렵이었다”며 “육체노동을 위해 만들어진 틀이 지적노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마르케 전 함장이 말하는 ‘리더-팔로어 모델’의 한계는 그가 산타페 함 함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만난 부하 직원의 반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산타페 함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 부하 직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합니다”라고 답했다. 마르케 전 함장은 산타페 함이 태평양함대 잠수함군 평가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던 이유를 이런 정서에서 찾았다. “함장과 소대장을 제외한 그 아래 모든 사람은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배 안에 135명이 있지만 관찰과 분석,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은 고작 5명에 불과했다.” 전문성이 요구되고, 갑작스러운 전황에도 대응해야 하는 조직엔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처럼 ‘리더-팔로어 모델’은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사장시키고 리더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든다. 특정 리더 하에 멀쩡하게 잘 운영되던 조직이 리더 교체 후 급격히 흔들리고 때때로 문제 조직으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좀더 치명적인 위험은 상명하복, 뚜렷한 책임 소재를 특징으로 하는 ‘리더-팔로어 모델’에서 리더는 재임 기간 중의 성과 도출에 몰두할 뿐 재임 기간 이후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된다는 점이다. 마르케 전 함장은 “‘리더-리더 구조’는 특정 리더의 독단적인 결정에 좌우되지 않고, 이 틀이 자리 잡으면 조직 전체에 걸쳐 또 다른 리더가 자연스럽게 육성된다”고 설명한다.

조준호 전 ㈜LG·LG전자 대표와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도 ‘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에서 더 이상 종래의 ‘지시통제형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 전 대표는 “‘중요한 것은 내가 다 결정한다. 내게 보고하고 나를 따르라’와 같은 리더십은 사업 조직이 단순하고 인재 풀이 빈약하던 성장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 스타일이었지만,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클수록 리더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전략적 판단을 제대로 해 조직의 역량과 자원을 중요한 이슈에 집중하고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주도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시통제형 경영이 혁신의 활성화, 조직의 환경 변화 대응에 오히려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리더십 하에서는 “직원 대부분이 ‘지금 업무가 재미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게 되며, 리더의 뜻을 알 때까지 기다리는 행태가 널리 퍼진다”고 지적한다.

조 전 대표가 개인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리더십은 ‘뒤에서 이끄는 거꾸로 리더십’이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여기에 이런 뜻 깊은 일이 있는데 참여해 마음껏 일해보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더가 ‘변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 어떤 리더도 스스로 독재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직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독려하고, 이를 위해 권한을 위임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이 이전의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마르케 전 함장은 “그저 ‘적극적으로 행동해라’ ‘주인의식을 가져라’ ‘활발히 참여해라’ 같은 말로 사람들을 다그치며 온갖 권한위임 프로그램을 돌려봤자 그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리더)과 위임받는 사람(팔로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보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르케 전 함장은 ‘리더-리더 조직’으로 가기 위한 8가지 행동원리를 제시했다. 곁가지가 아닌 핵심 통제권을 위임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우선 하라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함으로써 조직원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도록 하라는 것도 포함됐다. 중구난방식 조직이 되지 않기 위해선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고, 수시로 소통함으로써 공통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실수를 방지하는 데 정신이 팔려선 안 된다는 주문이 눈에 띈다. 실수에 벌벌 떠는 분위기에선 시키는 대로 하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회사가 안 바뀌는 제일 큰 원인이 바로 나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리더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개인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미리 변화의 필요성을 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키고, 주도적 인재를 발탁해 소관 업무를 개인 주도형으로 재편하도록 하며, 경영방식도 개인주도형으로 바꿀 것 등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죽기 직전에는 뇌가 심장에 너무 많은 명령을 내린다’는 내용의 미국 미시간대 의과대 지모 보리긴 교수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위기를 맞아 리더가 말이 많아지면 조직의 심장이 정지한다”고 경고한다. 위기를 맞았다고 리더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통제하고 지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와 함께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같은 사람이라도 얼마나 창의적인 상황에 있게 해주느냐가 창의적 능력 발휘에 더 중요하다”며 리더가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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