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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28일(火)
행정수도 이전은 호남·충청 공략 통해 재집권 노리는 ‘新 DJP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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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수도 카드’ 꺼낸 與…왜?

YS·DJ 대선 승리 열쇠는 ‘충청’과의 통치동맹… 노무현도 ‘행정수도 이전 공약’ 통해 지지 이끌어내
지방·젊은층 중심 긍정 여론 우세…야권, 헌재 ‘위헌’ 판결에만 의존 말고 새 쟁점 제시 통해 이슈 돌파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이 싸늘해지고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마저 당·정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분열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카드는 다목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논란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제기될지도 모를 ‘여권 심판론’을 희석하고 202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다. 핵심은 ‘호남 + 충청’으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호남지역 기반에 충청권까지 포섭해 지역 연합의 ‘통치 동맹’을 일궈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종의 ‘신 DJP 전략’으로 해석된다.

◇‘92년 모델’과 ‘97년 모델’

<표>에서 보듯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정치 세력 간의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선거 연합의 역사다. 다양한 지역 연대와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런데 지역 연대는 예외 없이 성공했다. 19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민정당 + 통일민주당 + 공화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영남(노태우 + 김영삼)과 충청(김종필) 지역 연대를 매개로 보수 대연합을 통해 호남(김대중)을 배제한 전략으로 승리했다. 당시 김영삼(YS) 민자당 후보는 42.0% 득표로 민주당 김대중(DJ·33.8%) 후보를 약 193만 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YS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서 묻어나듯 영남(68.8%)에서 압승했고, 충청에서는 36.9%로 DJ(28.5%)와 정주영(24.4%) 후보를 제쳤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뉴 DJ 플랜’의 하나로 영남을 배제하고 내각제를 매개로 호남(DJ)과 충청(김종필·JP)을 묶어내는 ‘DJP 연합’을 성사시켜 승리했다. 정통보수 세력인 JP와의 연대를 통해 그동안 DJ를 괴롭혔던 색깔론 시비를 차단할 수 있었다. 당시 DJ(40.3%)는 여당 이회창(38.7%) 후보에게 겨우 1.6%포인트(39만557표) 차이로 신승했다. 최대 승부처는 충청 지역이었다. DJ는 이 지역에서 43.9%(약 108만 표)를 획득해 27.4%(약 68만 표)를 득표한 이 후보를 무려 16.5%P(40만8319 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DJ가 이 지역에서 1992년 대선 당시 27.8%(약 63만 표)만 얻은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변화다. DJ가 충청에서 압승하지 못했다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선거학회가 1997년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DJP 연합 에 대해 찬성(32.3%)과 반대(37.6%)가 엇비슷했다. 그런데 충청 지역에선 56.2% 대 31.4%, 호남에선 62.4% 대 15.6%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DJP 연합에 찬성한 사람의 72.8%는 DJ를, 12.3%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의 54.6%만이 이 후보를, 21.7%가 DJ를 지지했다. 이 조사 결과의 함의는 유신 반대 세력(DJ)과 유신 옹호 세력(JP)과 같이 이념과 노선이 전혀 다른 이질적 정치 세력이 정체성과 도덕성을 뛰어넘어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지역 연대를 통해 승리했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도 충청의 힘이 발휘됐다.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002년 9월 30일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 충청 이전’을 발표했다. 이 공약은 대선 이슈를 선점하는 동시에 정책을 통해 자신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취약 지역인 충청 지지를 끌어냈다. 이는 한국 대선에서 인물이 아닌 정책을 통해 지역 승리 연대를 이룩한 최초의 시도였다.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공약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는 48.9%(약 1200만 표) 득표로 46.6%를 득표한 한나라당 이회창(약 1144만 표) 후보를 2.3%P(약 57만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한국선거학회의 2002년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정몽준 선거 공조’(29.5%)와 ‘행정수도 충청 이전’(27.8%)이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영향을 준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충청 지역에서는 ‘수도 이전’(47.7%)이 ‘노·정 선거 공조’(27.0%)보다 훨씬 비중이 높았다.

◇민주당 선창과 통합당 딜레마

향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개헌 문제와 맞물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을 해서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헌법상 규정을 두면 (청와대, 국회 등이) 다 세종으로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7월 21일) 결과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찬성’(53.9%)이 ‘반대’(34.3%)보다 많았다. 충청(66.1%), 호남(52.8%), 부산·울산·경남(59.6%) 지역까지 긍정 응답이 50%를 넘겼다. 다만 수도권은 양분됐다. 수도의 지위를 누려온 서울에선 찬성(42.5%)과 반대(45.1%) 의견이 비슷했고, 경기·인천에서는 찬성(53.0%)이 반대(35.2%)보다 높았다. 젊은 세대에선 이전 찬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18∼29세와 30대에서 찬성 비율은 각각 66.6%와 62.0%였다. 이들 계층에선 행정 수도 이전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현재 서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과 젊은 세대에서 행정 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상당히 높다.

윌리엄 라이커(William Riker) 교수는 “정치는 연합이다”고 강조했다. 한국 진보세력은 DJP 연합, 행정수도 이전 등과 같이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해 보지 않은 정치 실험과 연대를 통해 승리했다. 한국 보수 세력이 이런 정치 현실을 무시한 채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난국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이후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구성되면서 진보 색채가 강해졌다. 따라서 민주당이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된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추진하고 이에 맞서 야당이 헌재에 재소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정진석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중진 정치인들이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것도 통합당으로서는 큰 딜레마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이 2002년 대선 때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반대했다가 낭패를 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실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이 이슈를 찬·반 대립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처럼 “여당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행정수도 이전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라”고 역제안하는 방안, 혹은 정진석 의원처럼 “세종 메가시티를 만들자”고 더 적극적인 제안을 하는 방안이 좋은 시도일 수 있다.

◇중원(충청) 얻기 경쟁

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 이슈보다 더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를 ‘대립 쟁점’ 아닌 ‘합의 쟁점’으로 끌고 가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2022년 대선에서는 통합당 주도의 ‘92년 모델’(영남 + 충청)과 민주당 주도의 ‘97년 모델’(호남 + 충청)이 경쟁할 수도 있다. 두 모델의 공통분모가 있다. “중원(충청)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행정수도와 ‘신 DJP’ 전략 :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론 제기는 ‘호남 + 충청’으로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것. 호남지역 기반에 충청권까지 포섭해 지역 연합의 ‘통치동맹’을 일궈내겠다는 의도라는 점에서 일종의 ‘신 DJP’ 전략으로 해석됨.

‘92년 모델’과 ‘97년 모델’ : 대한민국 대선에서 지역 연대는 예외 없이 성공했음. 1992년 대선에서는 3당 합당의 ‘영남 + 충청’ 연합으로 승리. 1997년 대선에서는 DJ와 JP가 영남을 배제하고 내각제를 매개로 ‘호남 + 충청’의 ‘DJP 연합’을 성사시켜 승리.

민주당 선창과 통합당 딜레마 :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선창한 상황에서 통합당은 이슈에 반대하는 ‘대립 쟁점’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합의 쟁점’으로 끌고 가는 전략이 필요. 이 경우 2022년 대선은 ‘92년 모델’과 ‘97년 모델’의 대결이 될 수도 있음.


■ 용어 설명

‘DJP 연합’은 김대중과 김종필이 1997년 대선에서 단일화해 집권한 뒤 내각을 분점하고 약 3년간 통치동맹, 즉 연정을 만들어낸 것. 호남과 충청의 지역 연합, 진보와 보수의 이념연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님.

‘윌리엄 라이커’는 ‘승리연합’이라는 모델을 통해 정치 행위를 설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특히 유력 정당이 의회 다수파를 형성하기 위해 의석 비율 과반에 근접한 ‘최소승리연합’을 시도한다는 가설을 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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