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후보 직무계획서에 ‘월성폐쇄’ 포함…‘사전각본’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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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구성통해 월성1호기 평가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
정사장 취임전 계획서에 명시
시민단체 “폐쇄 모의한 증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 회의에서 폐쇄 반대 발언을 삭제하거나 순서를 뒤바꾸는 등 조작된 회의 녹취록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수원 사장은 취임하기 전부터 1호기 폐쇄를 직무수행계획서에 담는 등 폐쇄를 사전에 정해 놓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녹취록 변조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7일과 28일 한수원 관련자를 불러 조사했다. 원자력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30일 “문재인 정부가 사전에 시나리오를 계획해 놓고 그대로 월성 1호기 폐쇄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이 7000억 원을 투입해 가동 연장을 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자체 평가(2018년 3월)하고 폐쇄 결정(2018년 6월)하기까지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 의견 일부 삭제하고 순서 뒤바꾼 녹취록 = 이날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원자력정책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개한 한수원 회의록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를 최종 결정한 2018년 6월 15일 긴급 이사회 회의 내용이다. 시민단체가 공개한 실제 회의 녹취록과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 사이에는 크게 4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할 때 결정적으로 참고했던 경제성 문제와 관련, 한수원 평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사의 발언 내용이 삭제되거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민단체가 변조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을 보면, 이사회 회의가 긴급하게 개최된 데 대한 문제 제기 내용, 월성 1호기가 폐쇄될 경우 예상되는 상황 등을 언급한 부분이 국회에 제출된 회의록에는 대폭 삭제됐다. 회의 종료 후 나온 발언이 회의 내용으로 기록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단체 측은 “이외에도 사전에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공모됐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삭제됐거나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사장 취임 전부터 “월성 1호기 연내에 닫겠다” 강조 =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사장직에 공모했을 당시인 2018년 3월, 지원자 신분으로 제출했던 직무수행계획서상에도 월성 1호기 폐쇄 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명호(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열람한 정 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처리 방향을 바탕으로 한수원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제성, 지역 수용성, 안정성 등 제반 사항을 평가하고 가급적 연내에 한수원 차원의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 사장이 취임 전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을 언급, 미리 짜인 계획대로 추진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는 특히 ‘TF 구성’ 언급을 문제 삼았다. 강창호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정 사장이 취임 한 달 전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언급한 것은 정부의 구속력 없는 행정 계획과 달리 한수원 사장이라는 실제 행위의 주체로서 월성 1호기 생매장(폐쇄) 실행 계획을 모의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유진 기자·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