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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30일(木)
혼돈의 전세시장… 집주인, 세입자 신상 캐묻고 월세로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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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서울·세종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김낙중 기자
‘임대차3법’ 강행에 시장 들썩

집주인들 벌써부터 “집 비워라”
전세대출 만기연장 거부조짐도
6억짜리 전세 두달새 2억 뛰어
수요 높은 지역은 매물도 없어


여권이 8월 전격 시행을 목표로 임대차 3법을 강행하면서 전·월세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수억 원씩 급등하는 가운데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졸지에 ‘악덕 임대업자’ 취급을 받고 있는 집주인들은 새로운 전세입자를 가려 받겠다며 신상을 수소문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세입자의 전세대출 만기연장 시 동의를 해주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대출을 증액할 때 집주인 동의 없이는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전세 시장이 안정될 수 있겠지만, 임대주택 질 저하 등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부동산 중개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서민 주거와 전세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가 확실해지면서 전셋값 급등과 전·월세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임대차 3법 국회 통과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미리 전·월세 계약 갱신 불가를 통보하는가 하면, 새 전세입자의 됨됨이를 사전에 알아보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전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집을 비우라는 전화나 문자, 내용증명이 와도 모르는 체하면서 무조건 버티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가격도 최대한 높게 내놓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R 아파트의 경우 7월 전세 물량(40여 건)이 6월(61건)보다 20여 건이나 줄고 가격도 한 달 사이에 면적대별로 2억 원 내외로 올랐다.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줄자 가격도 오른 것이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전세를 빼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도 나왔다. 이참에 ‘재건축 의무거주 2년’을 채우겠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A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권과 전세 시장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고민도 없이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세입자를 설득해 차라리 들어가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셋값도 급등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9㎡(전용면적)는 지난 21일 보증금 7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달 전인 5월 16일 보증금 6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 원가량 올랐다.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114.3㎡는 14일 보증금 9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불과 2주일 전인 3일 7억4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1억6000만 원이 올랐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B 씨는 “한 달 사이에 목동아파트 전용면적 약 89㎡는 1억 원이 오른 가격에 계약됐다”며 “벌써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전세입자를 골라서 입주시키겠다는 듯이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임대차 3법 국회 통과와 매매시장 불안 등으로 앞으로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며 “다만 신규 주택 공급대책만 제대로 나오면 2∼3년 후 전셋값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완철 단국대 건설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월세 주택의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면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전·월세 시장의 질 저하(슬럼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신규 주택 공급은 규제로 막혀 있다”며 “가을학기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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