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8.11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31일(金)
‘혁신’가면 쓴 경제, 당신의 富를 약탈한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게티이미지뱅크


■ 가치의 모든 것│마리아나 마추카토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

테크·금융·바이오 혁신기업
공공지원 받고 수익은 사유화
‘가치 창조’ 아닌 ‘가치 착취’

실물경제 갈수록 금융화되고
‘카지노 자본주의’ 등 떠올라
가치개념 정립해야 왜곡 해소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에서, ‘그들’은 점점 부자가 되고 ‘우리’는 점점 가난해진다. 숫자가 이를 보여 준다. 첫째, 1975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조4900억 달러에서 17조2900억 달러로 세 배가량 증가했으나, 실질 최저임금은 1975년 1만9237달러에서 2016년 1만4892달러로 줄었다. 둘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민 소득 중 임금 비중은 줄고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다. 미국에서 평균 생산성은 실질 임금 중앙값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셋째, 소득과 부의 분포는 점점 불평등해졌다. 2016년 전 세계 최고 부자 8명의 부는 하위 절반의 부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

이야기의 주인이 세계를 지배한다. 가령, 우리 사회에도 넘쳐 나는 ‘혁신 성장’ 같은 경제 서사에서는 제프 베이조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혁신가들이 부의 창출에 막대한 기여를 했으므로 이만한 대가를 가져간다고 말한다. ‘금융 혁신’ 서사에서는 은행이나 사모펀드 등이 핀테크와 금융공학을 통해 큰 차익을 남겼으므로 천문학적 보너스를 챙겨도 좋다고 말한다. ‘바이오 신화’ 서사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어렵게 신약을 개발했으므로 엄청난 가격을 매겨 희귀질환자들한테도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서사들은 정말 그럴듯한 것일까?

‘가치의 모든 것’에서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지배하는 이 주류 서사들이 ‘가치’에 대한 오해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가치를 진짜로 창출하는 대신 지대를 가치 창출로 위장해 사회 전체의 가치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활동은 재화나 서비스를 실제로 창출하는 생산 활동과 기존 산출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치를 이전만 받는 비생산 활동으로 나뉘며, 자본이 전자에 투여될수록 국부는 늘어난다. 따라서 스미스, 리카도, 마르크스 등 고전 경제학자들은 무엇이 생산 활동에 속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가치의 원천을 노동량, 즉 생산 조건, 기술, 권력관계 등 객관적 요인으로 보면 간단하다. 실제 물건을 만드는 제조 활동에 주로 주목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가치가 희소성과 선호를 통해 시장에서 정해진다고 보는 주관주의(신고전파 경제학)가 20세기 이후 경제학의 주류 서사가 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가치와 가격의 혼동이 시작되고, 가치 이전을 통해 돈만 버는 상업이나 금융 등이 시장에서 가격이 부가된다는 이유로 생산에 포함됐다. GDP에 “시장가격이 설정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 한 예다. 이상하지만 GDP에는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정부 활동이나 여성의 돌봄 노동 등은 빠져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역시 아무 가치도 창출하지 않지만 투자로 간주된다. 토지 가격은 주로 인프라(학교, 도로 등)가 결정하지 소유자의 노력과는 상관없는데 말이다. 그 절정이 “금융화”다.

“금융은 조금 덜 자랑스러워하고 산업은 조금 더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대공황 직전, 처칠은 금융에 점점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우려한다. 오늘날도 똑같다. 금융은 기업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보다 자산 운용 서비스를 운영해 수수료를 챙기고, 가계 대출을 일으키며, 심지어 자기 자신한테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버는 ‘카지노 자본주의’에 빠져들어 있다. 미국에서 금융기관 자금 중 산업에 투자되는 것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잡하게 설계된 금융 상품을 서로 사고파는 데 투자함으로써 숫자만 불리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산업 부문 역시 점차 금융화되는 중이다.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자사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리스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며, 생겨난 이윤은 생산에 재투자하지 않고 주로 ‘자사주 매입’ ‘고율 배당’ 등을 통해 주주 이익을 챙기는 데 대부분 사용한다. 숫자만 늘어나고 실제 가치는 창출되지 않는 가운데, 가치의 이전 과정에서 과도한 이득을 챙기는 가치 착취가 일상화된다. 그 결과가 엄청난 불평등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제안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이해 당사자 가치 극대화’이다. 노동자, 공급 업체, 판매 업체, 지역사회, 정부 등이 없다면 어떤 기업도 성공할 수 없다. 한 기업의 가치 창출은 한 개인이나 몇몇 주주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집합적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기업의 목표는 소유주나 경영자가 아니라 이해 당사자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둬야 한다. 심지어 잭 웰치마저 성공의 핵심은 고객, 노동자, 제품이며, 주주 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혁신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 역할을 떠맡는 것이다. 사람들은 혁신에 국가가 아무 역할도 못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의 바탕이 되는 초기 기술은 대부분 정부 투자로 이뤄진다. GPS나 인터넷이 없다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없다. 신약 개발도 초기의 정부 세금 투여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기업들이 플랫폼, 특허 등을 통해 지대를 독점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이들의 활동에 공생의 가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하며, 성공한 정부 투자가 실패한 정부 투자를 떠안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칼 폴라니는 시장은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말했다. ‘가치’가 무엇인지 정한 후에야, 거기에 맞게 한 사회의 경제활동을 구성할 수 있다. 혁신은 속도만큼이나 방향도 중요하다. 가치 착취를 용인해 부자들 배를 불리는 금융화가 아니라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녹색과 돌봄 등이 혁신의 방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재정 적자가 늘어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 투자가 장기적 성장을 이끌 수 있느냐, 더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를 통해 혁신이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다. 524쪽, 2만3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 같이 읽으면 좋은 ‘세권의 책’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지음│홍기빈 옮김│길

자기 조절적 자유 시장이라는 이념은 자본이 꿈꾸는 “유토피아적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국가 계획의 산물에 가깝다. 그러나 인간 본성에 내재한 사회성을 통째로 해체하고 삶의 터전인 자연마저 파괴하기 때문에 시장의 자유로운 폭주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시장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면서 사회가 부활할 수밖에 없다.

불평등의 대가│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

지난 30년 동안 심화된 미국의 불평등에 대한 총체적 진단. 부자 감세 등으로 번영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분배가 사라지면서 중산층의 평균소득은 급전직하한다. 이에 따라 소비가 약화되면서 성장은 둔화되고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하며 사회 불안정은 늘어났다. 결국 양극화는 정치의 실패를 가져오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사회 전체의 개혁이 필요하다.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글항아리

오늘날 전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다. 피케티는 특히 불평등의 원인이 ‘부의 세습’에 있음을 증명한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통계를 분석해 그는 자본주의 역사 내내 자본 수익률은 4∼5%로 유지된 반면, 경제성장률은 0.5∼3%에 그쳤다고 말한다. 이는 전체 경제에서 자본 소득의 비중이 더 커졌음을 보여준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누진적 소득세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다.
[ 많이 본 기사 ]
▶ 기동대 女간부 “내 남편 승차감은 외제, 누구 남편은 소형..
▶ 文 정권, 주택 유산자에 대한 투쟁… 지지층 유지하려는 ..
▶ 땅 속 6㎞ 아래 거대 마그마… 점점 가까워지는 ‘백두산 대..
▶ 3류 정권의 C급 독재 망상
▶ “맥도날드 前CEO, 사내서 직원 3명과 성관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충북서 급류 실종된 여성 80㎞ 떨어..
불공정·巨與독주에 뿔났다… 20代 민..
“주택시장 안정? 어느 나라 사시나”…..
이동재 공소장에 한동훈 하지 않은 말..
중구난방 댐관리… 태양광 난개발…..
topnew_title
topnews_photo 여경 간부 성희롱 진정 제기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기동대에서 여성 간부가 같은 여성 동료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해왔다는 진정이 제기..
mark땅 속 6㎞ 아래 거대 마그마… 점점 가까워지는 ‘백두산 대폭발’..
mark이효리 “결혼 8년차…임신하려 한약 먹어”
3류 정권의 C급 독재 망상
文 정권, 주택 유산자에 대한 투쟁… 지지층 유지하..
OECD, 한국 성장률 전망 -0.8%로 상향조정…37개..
line
special news ‘소변검사 양성→모발검사 음성’…한서희 석방
법원 “다퉈볼 실익 있어”…검찰의 집행유예 취소 신청 기각 집행유예 상태에서 마약을 투여한 혐의로 입..

line
“맥도날드 前CEO, 사내서 직원 3명과 성관계”
수도권 교회 ‘n차 전파’ 지속…부산서도 무더기 확..
‘백악관 코앞’ 총격 시늉에 대응사격…비밀경호국,..
photo_news
박기영 “전 소속사 대표 법적조치…거짓말하고..
photo_news
폭우에 80㎞ 떠내려간 소…낙동강 둔치서 멀쩡..
line
[지식카페]
illust
희생양 만들때 얻는 ‘이득’… 이것이 가해자를 결집시킨다
[10문10답]
illust
의협 등 반대하는 ‘의대 정원 확대’ 들여다보니…
topnew_title
number 충북서 급류 실종된 여성 80㎞ 떨어진 한강..
불공정·巨與독주에 뿔났다… 20代 민주당 지..
“주택시장 안정? 어느 나라 사시나”… 김현..
이동재 공소장에 한동훈 하지 않은 말까지 ..
hot_photo
최송현 “이재한과 올해 안에 결혼..
hot_photo
“스타강사 조정식 연봉, 최고 잘..
hot_photo
“보고 싶었다”…임영웅이 전한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