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쓰는 말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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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언어학 / 김하수 지음 / 한뼘책방

언어에는 한 사회공동체의 문화와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구성원들이 쓰는 ‘말’과 ‘글’을 살피면 그 사회의 관용과 교양 수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사회 언어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고칠 것은 확실히 바꾸고, 받아들일 것은 과감하게 수용하자고 제안한다. 이 작업이 가리키는 하나의 지향점은 ‘정치적 올바름’이다. 책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을 배제하는 ‘학번’, 숭고한 생명을 모욕하는 ‘사생아’는 재고해야 마땅한 표현이라고 꼬집는다. 또 ‘ㅋㅋ’ ‘ㅎㅎ’처럼 언어 근본주의자들이 한글 파괴라고 비판하는 문자 표현법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장난으로 무너질 한글이 아니다. 문자란 사용자의 즐거움과 멋을 위해 오락 기능도 가져야 하는 법’이라고 너그럽게 품어 안는다. 272쪽, 1만5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