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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31일(金)
하드와 에스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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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는 ‘딱딱하다’는 뜻의 영어 형용사이고 ‘에스키모’는 북극 인근에 사는 민족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름이면 이 하드와 에스키모가 한반도의 남과 북을 장악한다. ‘아이스케이크’라 하기도 하고 이것을 직역한 ‘얼음과자’를 쓰라고 권고하기도 하나 나이가 좀 든 세대에게는 그저 ‘하드’라고 하는 것이 편하다. 그리고 외래어를 가능하면 배제하는 북녘땅에서도 이것만은 어쩌지 못하고 다들 에스키모라 한다.

하드는 영어 ‘hard’에서 온 것이니 ‘딱딱한’ 또는 ‘딱딱하다’만으로는 음식의 이름이 될 수 없다. 영어를 바르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창피해할 수도 있겠다. 이 하드는 그 조합이 다소 어색한 ‘하드 아이스크림’에서 온 것이다. 아이스케이크는 설탕물을 얼리면 되지만 아이스크림은 재료나 제조법이 조금 복잡하다. 이 땅에서 빙과류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무렵 만들기 쉬운 아이스케이크를 만들어 놓고는 더 고급스러운 먹거리인 아이스크림이라고 포장하려다 보니 생겨난 이름이다.

북녘의 에스키모는 ‘얼음보숭이’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말인데 누군가 잘못 소개한 이후 북녘 말의 대표처럼 일컬어지던 말이다. 북녘에서 출시돼 인기를 끌던 아이스케이크의 상표명이 에스키모이다 보니 그것이 마치 제품 이름인 양 자리 잡은 것이다. 남녘에서 막대형 비닐에 설탕물을 얼려 만든 빙과가 ‘쮸쮸바’라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조사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표방했지만, 소비자들은 ‘아이스크림’은 버리고 ‘하드’만 택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그 선택의 정확함이 무섭다. 지극히 폐쇄적인 사회에서도 외국어 에스키모를 기어코 제품명으로 만들어버린 북녘 언중의 힘도 무섭다. 세월이 흐른 뒤 남녘의 하드와 북녘의 에스키모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아직은 남과 북이 하드와 에스키모를 따로 먹는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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