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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02일(日)
고삐 풀린 巨與, 무기력한 小野…‘패싱 정국’ 장기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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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미래통합당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2020.07.30.
코로나 3차 추경 이어 부동산법, 공수처법까지 ‘독주’
“소설 쓰시네” “다주택자는 도둑” 비하·막말 논란도
통합당, 원내투쟁·장외투쟁 다 어려운 진퇴양난 빠져
메신저 기능 상실…대국민 호소 안 먹혀 與 견제 난망
“통합당, 민심 되찾을 때까지 민주당 독재 지속 전망”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면서 입법 독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군소 야당들은 여당의 완력에 거의 속수무책이어서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된다.

야권에선 여당의 입법 강행을 놓고 “군사 작전”에 비유할 만큼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정식 개원한 지 불과 보름 만에 정부가 밀어붙이는 주요 정책과 밀접한 법안들을 전광석화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속도전에 나선 측면이 있지만 지나친 ‘과속’으로 정작 자신들이 21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밀실 협상에 의존한 국회 운영을 탈피하고 상임위 중심 체제를 안착시키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법제사법위·운영위에서 부동산 법안과 공수처 관련 법안 등을 여야 이견이 있는데도 각 상임위마다 과반 이상의 쪽수로 밀어붙여 단독 상정한 다음 표결을 강행했다.

통합당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각종 법안 등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낸 법안만 골라 선별적으로 처리, 야권에서 “핀셋 상정” “새치기 법” “날치기” 등의 비판이 일었다.

무엇보다 여야 이견에도 소위를 구성하지 않고 제대로 된 토론이나 심사 없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야당을 무력화시켰다. 민주당은 기재위에서 통합당이 일방 상정에 반발해 퇴장한 지 2시간30여분 후에 부동산 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부세법)을 의결했고, 국토위에서도 통합당 퇴장 1시간 30분여만에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에서는 표결 직전에야 야당 의원들에게 프리트된 법안 내용을 나눠주고 개의 2시간 만에 법을 통과시켰고, 운영위에서도 공수처 후속 3법이 개의 1시간30분만에 의결됐다. 결국 본회의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부터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50분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단 한 사람만 반대해도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소위를 건너 뛰고, 법안을 발의 순서대로 심사하는 ‘선입선출’ 원칙도 허물어버리자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을 처리하는, 민주당만 일하는 국회”(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당의 일하는 국회법을 두고 “사실상 야당을 무력화하는 법” “독재 고속도로를 닦는 국회법”이라고 비판했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경고가 현실이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176석의 압승을 거둔 후 원내 입법에서뿐만 아니라 현안 전반에 걸쳐 독주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지역 비하 논란을 자초했고,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의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소설 쓰시네” 발언으로 피감기관장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공개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소병훈 의원은 국토위에서 “집을 사고 팔면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다스려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다주택자를 겨냥해 “도둑들”, “형사범”이라고 폄훼해 여권에서도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상임위에서 대놓고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등 한 사람을 상대로 돌아가며 파상공세를 폈다. 헌법기관 수장에게 헌법에 명시된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집권당 의원이 거취를 운운하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겁박이 도를 넘고 있다”(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 “박근혜 정부의 데자뷔”(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이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여대야소 정국에서 야당 다운 야당의 부재가 민주당의 독주를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도 ‘18 대 0’으로 완패한 데 이어 여당의 입법 속도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타개할 뾰족한 묘안이 없다는 게 제1야당의 딜레마다.

통합당은 가열찬 ‘아스팔트 투쟁’ 대신 원내에서 치열한 정책투쟁으로 민주당의 힘을 무력화시키겠다는 복안을 세웠지만, 기존의 국회 전통과 관례를 뒤집는 민주당의 질주에 제동을 걸만한 반격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 내에선 정진석(5선), 박진(4선), 조해진(3선) 등 중진은 물론 일부 초선 사이에서도 원(院) 안에만 머물지 말고 장외투쟁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원내 사령탑이 “장내·장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길에서 외친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만류하면서 통합당의 장외투쟁론은 쏙 들어간 형국이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의 장외투쟁에 대한 거부감과 상당수 재선, 중진 의원들도 홍준표·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거리 투쟁’의 한계를 체득하면서 장외투쟁 콤플렉스가 적지 않다. 코로나 여파와 수해 재난 등으로 인해 시기적으로 대규모 집회가 적절치 않은데다, 막상 국회 밖으로 나가도 투쟁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할 것인지, 효과도 장담할 수 없어 자칫 호기롭게 나갔다가 빈손으로 회군하는 실패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 팽배하다.

강경 투쟁은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말려들 소지가 있고, 원내 투쟁은 민주당의 ‘꼼수’로 차질을 빚고 있어 통합당으로서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진퇴양난에 직면해 있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입법 질주를 최대한 막기 위해 국회법상 보장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안건조정위원회 신청 등을 시도조차하지 않은 것도 그만큼 무력감에 빠진 당의 현 주소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코로나 3차 추경안에 이어 원 구성, 부동산·공수처 관련 입법을 강행했듯이 지금의 ‘거여(巨與) 독주 정국’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법 개정안 등 남은 부동산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정원법,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을 연말까지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독주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만들어준 민의를 받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통합당은 국민들로부터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 당이 어떤 메시지를 내도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실상 정당으로서 메신저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짚었다.

엄 소장은 “김종인·주호영 체제가 들어선만큼 차라리 여당에 과감하게 협조할 건 협조해주면서 일단 대여 관계를 잘 맺은 다음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효과적이었을텐데, 21대 국회 초반부터 지지층을 의식해 여당과 대립하면서 지금은 강경 투쟁도 원내 투쟁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다”며 “통합당이 민심을 되찾아 대등한 여야 관계를 회복할 때까지 당분간 정국은 민주당이 그 틈을 파고들어 독주하는 패턴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말을 들어보니 당 내에서도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번까지만’ 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며 “국정원 개혁이나 검경 개혁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아 9월쯤 되면 민주당이 독주를 계속 할지 안 할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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