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안전자산 金’·‘위험자산 주식’ 가격 동반상승… “당분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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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올 30%↑… 9년來 최고
골드만삭스·씨티 “더 오른다”

달러 약세… 가치 2년來 최저
유동성 장세로 美증시는 활황

국제 금융시장에서 각각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대표 투자처로 꼽히는 금과 주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동시에 급등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목적으로 막대한 돈을 시중에 유포하고, 이게 글로벌 증시 상승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유동성이 끌어올리는 ‘금융장세’다.

또 글로벌 금값도 9년 만에 사상 최대치로 올랐는데, 금값과 주식시장 동반 상승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게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증시와 금값은 좀 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지위가 위험할 수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경고했다.

◇달러화 가치 2년 만에 최저, 인플레이션 우려도=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제 금융시장에서 장중 한때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은 1달러당 1.1795유로까지 올라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돈 풀기’ 정책에 나서기 시작한 3월에는 환율이 1유로당 1.08달러였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개월 만에 달러화에 대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과 Fed의 돈 풀기에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에 충격이 막 닥쳤을 때는 달러화가 안전자산 대접을 받았지만 이후 달러화 유동성 공급이 늘고,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가 빨리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자는 당분간 축소될 가능성이 작고 통화정책 역시 여느 나라 못지않게 완화적인 점이 달러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전문가는 “달러화가 6년간 강세였던 만큼 이제 조정을 받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달러화 약세는 계속될 큰 흐름”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달러의 건전성”이라며 “적자를 지속하고 채권을 팔며 돈을 찍어내는 것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상실 가능성의 경고가 주목받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현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금값 9년 만에 최대치, 미 증시도 강세=달러화 약세가 최근 가장 극적으로 반영된 자산은 금이다. 연일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국제 금값은 10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금값은 30%대에 가까운 상승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달 30일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6%(11.10달러) 내린 1942.30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은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온스당 19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달 27일(1941.90달러) 2011년 9월 6일 세워진 1923.70달러의 장중 최고가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고공 행진을 벌여 온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2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그룹은 올해 말 2000달러 돌파 가능성을 30%로 점쳤다. 결국 금값이 코로나19 시대를 벗어나기 전까지 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Fed는 금을 찍을 수 없다”며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실질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떨어뜨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금은 마지막으로 의존할 수 있는 통화라면서 최근 금값 급등세 배경으로도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지목했다. 특히 확장 재정과 막대한 통화 발행은 통화의 가치 하락 우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된 뒤에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금 같은 안전자산뿐만 아니라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강세 배경에도 달러화 약세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