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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03일(月)
인생은 여행… “뜻대로 안돼도 남들이 잘나가도 슬퍼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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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산다는 건’

작가에게 근황을 물으니 다음에 집필할 드라마 자료 수집 중이란다. 자료라는 단어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네티즌은 매일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청문회에선 매번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방송에도 ‘자료’ 화면이 중요하다. 당사자에겐 화려한 과거일 수도 있고 지우고 싶은 흑역사일 수도 있다. 요즘 대세인 ‘미스터트롯’(TV조선) 톱7이 과거 ‘전국노래자랑’(KBS1TV) ‘스타킹’(SBS), ‘아침마당’(KBS1TV) 등에 출연했던 순박한 시절의 화면도 빈번하게 재활용되는 중이다.

방송가에선 ‘낳은 정 기른 정’이라는 말을 다르게 쓴다. 프로그램을 처음 설계한 기획자에겐 낳은 정, 그걸 물려받아서 잘 성장시킨 제작진에겐 기른 정이 있다. 스타도 마찬가지다. 데뷔무대가 있고 자신을 키워준 프로가 있다. 방송계에선 이런 우스개도 떠돈다. 성공한 프로그램, 스타에겐 친부모, 양부모가 여럿인데 실패한 프로나 스타는 혈혈단신 고아인 경우가 많다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요란하게 탄생했으나 슬그머니 사라지는 프로그램이 비일비재하다. 장수하는 프로의 비결은 뭘까. ‘생로병사의 비밀’(KBS1TV) 기획안을 참고하자. ‘먹고, 자고, 활동하는 우리 삶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건강지수’와 ‘행복지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대체로 오래 살아남는다.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행복지수는 함께(together) 높이는 것이다. ‘해피 투게더’(KBS2TV)도 시청자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목표로 탄생했다. 한동안 ‘흑역사를 지워 드립니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하지만 방송 자체에 밀어닥친 흑역사를 피하긴 어려웠다. 예능프로그램의 생사는 누가 옆에 오느냐가 좌우한다. 센 이웃이 이사 오면 짐을 싸고 떠나야 한다. 2001년 11월 8일에 처음 방송된 토크쇼로 시즌4까지 장수했지만 퇴장은 초라했다. 방송 3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토크쇼였지만 2020년 4월 2일로 작별을 고했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입주한 프로가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TV조선)였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스터트롯’이 하필이면 목요일 그 시간에 배치된 게 비운의 시작이었을까.

“요즘 집에만 있다가 재밌게 노니 좋네.” 이 말은 한때 발라드 황태자로 불렸던 가수 조성모가 ‘뽕숭아학당’(TV조선)에 나와서 한 말이다. 자료화면으로 푸릇푸릇한 시절에 찍은 매실 CF도 등장했고 수많은 트로피도 도열했다. 그의 옆엔 동갑(1977년생) 장민호가 있었다. 둘이 함께 등장한 자료화면도 흥미로웠다. 데뷔는 장민호가 1년 빨랐지만(1997년) 전혀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런저런 오디션에 자주 출연했다. 심지어 8년 전 조성모가 심사위원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조언을 듣는 자료화면도 보였다. 지금 장민호의 속맘은 어떨까. “요즘 너무 바빠 집에서 잠시라도 좀 쉬면 좋겠네.”

둘은 ‘이제부턴 친구 하자’며 듀엣으로 노래도 불렀다. ‘여행 갑시다 (중략) 상처투성이 병이 들어 버린 당신/ 여행 가서 낫게 하리다’(장민호 ‘남자는 말합니다’ 중). 인생은 여행인 게 맞는다. 하지만 누구에겐 원망과 선망의 기억일 수 있고 누구에겐 소망과 희망의 기록일 수 있다. 황태자 조성모가 앞으로 황제 되지 말란 법 있나. 노래가 이어진다. ‘나란 사람 하나만 믿고/ 같이 살아온 바보같이 착한 사람아/ 남자는 말합니다/ 고맙구요 감사해요.’ 두 사람의 인생 여행이 막내 이찬원(1996년생)에겐 어떻게 비칠까 궁금하다. ‘뜻대로 되는 일 없어/ 한숨이 나도 슬퍼마세요/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었는지 누가 알아’(이찬원 ‘산다는 건’ 중).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인생관을 바꿔라. 힘겹게 음악동네를 헤매는 제2의 장민호에게 들려줄 만한 가사가 이어진다. ‘옆집이 부러운가요/ 친구가 요즘 잘나가나요/ 남들은 다 좋아 보여/ 속상해져도 슬퍼마세요/ 사람마다 알고 보면/ 말 못할 사연도 많아.’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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