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응급실 실려 가시던 게 할아버지 마지막 모습… “너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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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갑(1926∼2003)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17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셔서 우리 집에 계셨죠. 그런데 그날은 유치원에 가지 않은 동생이 집에 있었고, 제가 동생에게 ‘왜 유치원에 가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할아버지께서 가지 말고 집에서 같이 놀자고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저흰 평소와 다름없이 집에서 만화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따르릉’. 갑자기 만화 영화 노랫소리가 가득한 집 안에 전화벨이 울렸고, 수화기를 드니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점심은 드셨는지, 지금 뭐하고 계시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방을 흘깃 쳐다보기만 했고, “그냥 누워계시는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전화가 끊기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엄마가 집에 오셨어요. 낮에는 일하고 계셔서 집에서 볼 수 없는 엄마가 돌아오셨기에 우리는 좋아서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현관문 옆 할아버지 방으로 곧바로 들어가시더니, 급하게 다시 나오셔서 어딘가로 전화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우리를 향해 “잠시 방에서 만화를 보고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몇 분 뒤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잠시 병원에 다녀올 테니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라고 당부하고 나가셨습니다. 아파트에 살았던 우리는 엄마가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베란다 창문에 붙어있었습니다. 밖에 보이는 것은 구급차였고, 마냥 신기했던 우리는 구급차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가시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전화를 하면서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가 살짝 본 것이 제 기억 속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 화가 납니다. ‘다녀왔습니다’는 소리에 항상 방에서 나를 쳐다보시던 할아버지, 그날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왜 그걸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집에 들어오면서 엄마가 차려 놓고 간 할아버지 밥상을 주방으로 옮겨놓던 저였는데 왜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손수 만들어주셨던 그네가 생각납니다. 할아버지께서 손자·손녀들이 앉아보고, 만져보라고 고성에 있는 할아버지 집의 마당 한편을 내어 주셨죠. 할아버진 저와 언니가 집에 오는 날엔 항상 그네 옆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네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하나씩 고쳐주셨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자상하셨던 할아버지셨습니다. 저는 지금 부모님이랑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매장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찾아오시는데,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자주 그립고 생각납니다.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하늘에서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 동생들 많이 응원해주세요.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손녀 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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