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마트셸터’ 수천억 소요… 예산 낭비 논란 가열

市, 정류장 1곳당 10억 편성
당초 계획보다 7배 더 들어가
서울 전역 확대땐 9000억 소요

여당 소속 시의원도 “낭비사업”
시의회 반대땐 재검토 불가피

서울시가 올 6월 ‘세계 최초’라고 홍보하며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전면 도입 계획을 밝혔던 ‘스마트셸터’(Smart Shelter) 사업이 시의회 반대에 밀려 표류 또는 재검토 대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여당 시의원이 나서 “예산 편성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은 방만한 낭비 사업”이라며 이달 시의회 임시회에서 예산 삭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이광호(더불어민주당) 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버스정류장에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전화 충전기, 공기청정기까지 갖춘 미래형 대기 공간을 만들겠다며 총 사업비 10억 원(설계비 1억 원·시범설치 6곳에 9억 원)으로 이 사업을 계획했다. 최초엔 1곳당 조성 예산이 1억5000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4개월 지난 올해 2월 시가 이 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용역비는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3배로 늘어났고, 용역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1곳당 조성 예산이 기존 1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7배 가까이로 증액된 상태로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의 대기공간을 선보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일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세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10개 중앙 버스정류장에 스마트셸터를 시범 도입하고 내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었다. 2004년 7월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되면서 현재 서울의 중앙 버스승차대는 900개까지 늘어났다. 서울시 계획대로 1곳당 스마트셸터 조성 예산을 10억 원으로 잡는다면, 서울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경우 무려 9000억 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사업 기한과 예산에 얽매이지 않고 시의회와 충분한 소통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스마트셸터 설비 요건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어느 정도 적용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달라진다”며 “시의원들에게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후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적의 사업 모델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