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층수 올려줘도 수익50% 환수…민간조합 수용이 관건

- 시장선 공공재건축에 회의적

개발이익환수에 초점맞춘 정책
조합원 3분의 2 찬성해야 가능

잠실 등 재건축 조합들 ‘고민’
일각 “차기정권까지 기다릴 것”

4일 총량 13만2000가구 공급, 고밀도 재건축 허용, 공공분양 도입 등을 뼈대로 한 부동산 시장 주택공급 대책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인 평가와 반응을 보였다. 가장 비중이 큰 ‘공공 참여형 고밀재건축’ 방안은 개발이익 환수에 초점이 맞춰져 유인 요인이 부족하고,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에 초점이 맞춰진 유휴부지 개발도 수요자들의 욕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핵심으로 꼽힌 용적률 완화와 층수제한 해제는 달성됐지만, 민간 재건축 조합들이 ‘소셜 믹스’ 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고 일부 민간조합은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초과이익환수에 대해 지자체들이 완고한 지침을 내놓을 경우 공급 계획 자체가 ‘원천’부터 흔들릴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책의 수혜대상으로 예상됐던 서울 영등포구의 시범아파트 조합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범아파트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발이익 환수방법을 공공임대에서 공공분양으로 확대했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은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메리트가 없는 만큼 ‘지금까지도 기다렸으니 다음 정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겠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추진위 관계자는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 외엔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30∼40대 실수요자들도 공급이 늘어도 소득규제 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공급 대책 자체가 늦었고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 공급 전까지 5년 정도 공백이 있는데 그사이에 준공돼 입주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조은상 본부장은 “실제 공급까지는 10년가량 걸려 수요자를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가 좋은 부지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는 계속 적용하면서 개발이익 환수방법만 늘렸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에 전혀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재건축을 통해 공급 효과를 내려면 일반 분양물이 공급돼야 하는데 이게 빠졌다는 점에서 재건축 대책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공공 물량을 내놓는 것을 조건으로 재건축을 허용키로 했고 이 경우 증가 용적률의 50∼70% 이상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조합 수익의 최대 70%를 토해내야 한다. 정부는 공공임대·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을 지역별 수요·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는 주택 순증·분담금 등을 고려해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경우에 따라 일부 민간 조합은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익환수 원칙이 워낙 강해 기부채납 비율이 높으면 재건축 조합들이 공공재건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재건축 조합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박정민·김온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