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통하는 쉬운 우리말 생활>스마트·그린·인프라… 정부 사업도 외국어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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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판 뉴딜’사업명 분석

지능형·친환경·기반시설 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명명을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14∼79세 국민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정부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등에 자주 사용된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이해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해도가 100점 만점에 61.8점에 그쳤다. 특히 60대 이하는 66.9점이었으나 70세 이상은 28.4점에 불과, 외국어 표현에 대한 고령층의 이해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 표현 남발이 원활한 의사소통에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문화일보는 (사)국어문화원연합회와 공동으로 ‘쉬운 우리말 생활’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기사는 5일자를 시작으로 매주 1회 게재된다. <편집자주>

‘데이터 댐’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

이는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에서 발표된 10대 사업 명단이다. 2025년까지 16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분야 10대 대표 사업이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 임기 안에 국민께서 직접 눈으로 변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한껏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업임에도 뭔가 와 닿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를 남발한 바람에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터’나 ‘디지털’처럼 번역하기 마땅치 않은 기술 용어와 개념이 포함된 탓이지만, 영어와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정책 홍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문체부가 운영하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인터넷 홈페이지(www.plainkorean.kr) 자료에 근거하더라도 ‘스마트 의료 인프라’는 ‘지능형 의료 기반(시설)’으로, ‘그린 리모델링’은 ‘친환경 새단장’으로, ‘그린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는 ‘친환경 미래 전동차’로 바꿔 쓸 수 있다.

‘그린 스마트 스쿨’은 ‘친환경 지능형 학교’로, ‘스마트 그린 산단’은 ‘지능형 친환경 산업단지’로 바꿔 쓸 수 있다. 현실 세계의 기계나 사물 등을 마치 쌍둥이처럼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 이름짓기가 필요해 보인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 · 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