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잠재적 투기꾼’ 취급… 국민 상대로 협박밖에 못하나”

시민들 자금출처 조사에 분노

5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9억 원 고가주택 매매자금 출처 의심거래 상시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KB국민은행)을 넘어섰지만, ‘부동산=악(惡)’이라는 정부 인식이 국민을 범법자로 몰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당 발언이 나오자 시장과 실수요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수요자들은 “이게 진짜냐” “국민을 상대로 할 줄 아는 것은 협박뿐인가” “사유재산의 과도한 침해”라고 반발 수위를 높였다. 한 커뮤니티 참여자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세무조사는 공권력 남용”이라면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9억1812만 원으로 고가주택의 기준인 9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울분을 쏟아내는 무주택자도 많았다.

부동산·건설 전문가들도 정부가 부동산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면서 부작용만 일으키는 시장 옥죄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서울 주택 매매 시 자금조달거래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관련 규제가 있음에도 또다시 공권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시장에 관여하면 시장은 새로운 불법, 편법을 만들어가며 왜곡으로 흐르게 된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정부가 부동산을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시장을 서민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투기꾼을 때려잡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하고 있는데 정책의 효과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9억 원으로 형성된 고가주택의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등 특별세에 해당하는 세제가 보통세처럼 바뀌어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