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례 규제→실효성 없는 공급대책… 후속대책 대신 ‘단속’ 꺼내든 정부

수도권 매매가·전셋값 급등 등
시장무시 정책 풍선효과 초래

정부가 어설픈 공급대책을 내놓자마자 곧바로 투기세력을 거론하며 현장 단속 강화 계획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정책 실현을 위한 후속대책에 더 힘을 실어야 할 때 정부가 단속 강화라는 카드를 꺼낸 점을 놓고 시장에서는 시장원리에 따른 수요·공급을 도외시한 정책 실패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시장 불안정의 책임을 투기세력으로 돌리기 위한 희생양 찾기란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념적 아집에 기반해 추진한 정책 실패 책임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한 2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돌리는 분위기다.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또다시 신설하며 첫 일성으로 현장 단속 강화 방침을 천명했다. 지난달 여당에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공급을 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시장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정책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전날 내놓은 ‘8·4 부동산공급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 도입 역시 민간 재건축 조합의 참여를 유도해야 가능한 일인데도 홍 부총리는 “기대수익의 90%를 환수할 것”이라고 못 박아 스스로 정책을 부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을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총 23차례에 걸친 규제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 같은 규제정책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모든 규제로 신규 공급이 끊어진 상태에서 대기수요가 늘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시장불안이 가중되고,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높아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한 6·17 대책은 이전의 계속된 규제정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수도권 외곽지역으로까지 집 구매에 나서며 나타난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나온 조치였다. 정부는 이때도 실수요자들이 서울 및 인근 지역 아파트를 포기하고 규제를 피해 외곽으로 퍼져나간 현상에 대해 “투기세력의 확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결국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투기세력에만 집착한 왜곡된 정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은 외면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를 무시하고 자산으로서 가치가 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아마추어적인 정책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