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심의위 권고 무시한 채 한동훈 수사 방침… 기소는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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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 이동재 기소

공소장에 ‘공모’적시 검토하다
수사팀 내부반발로 결국 빠져
‘검언유착 조작’ 사건 될 수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5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을 뒤흔든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수사지휘권까지 이례적으로 발동하면서 해당 의혹의 진상 규명을 강행토록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편파 수사에 제동을 걸려다가 지휘권을 박탈당한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한 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팀은 한동훈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권고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 스스로 거부한 것은 처음이다.

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강요(미수)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고자 한 혐의로 이 전 기자 등만을 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번 기소는 지난 4월 수사에 착수한 지 약 4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이 사건 첫 기소다.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 공소장에서는 적시하지 않았다. 이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공모하여’란 표현을 넣어 공모혐의를 함께 적시하는 전례 없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사팀 내 강한 반발 기류로 적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기소 전날까지도 이 전 기자의 노트북 포렌식 작업을 재차 진행하며 물증 확보에 주력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압수 수색하고자 무력까지 사용한 것도 수사의 결론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겨 벌어진 촌극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초유의 법무부 장관 지휘권까지 발동한 상황에서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 않으면 무리한 수사였음을 수사팀이 자인하는 것이어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구속기소 후에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이 재판에서 검언유착 의혹을 입증하지 못하면 반대로 이번 사건이 ‘검언유착 조작 의혹 사건’으로 여론이 뒤바뀔 수 있어 향후 재판이 이번 사건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검찰이 추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밝히지 못하면 수사팀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자 개인의 일탈을 범여권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권언유착’으로 여론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검사장 측은 이날 “애초부터 공모한 사실이 없고,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제보자 X와 정치인 등의 ‘공작’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재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종합해도 이번 사건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없고, 검찰이 후배 기자까지 기소한 것은 공소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면서 “검찰 소환조사와 증거 수집엔 대응하지 않고, 공개된 재판에서 시비를 명백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완·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