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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06일(木)
與 후보마다 ‘親文 팬덤’ 올라타기… ‘殺父의 정치’ 없는 당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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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문심’에만 기댄 채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주민(왼쪽부터)·김부겸·이낙연 등 주자들이 지난 1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全大 ‘文心 잡기 경쟁’

‘살부 儀式’통한 권력 비판은 근대성의 특징인데… 당권 주자들, 文 40%대 지지율·열광적 ‘빠’에만 의존

자기 목소리 내지 못하고 주류 눈치 살피기… 차기 大選서 주류교체 완성하려면 플랜 다시 짜야 할수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등 당권 주자들은 5년 단임제 권력의 집권 후반기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권력 비판, 즉 ‘살부(殺父)의 정치’에서 비켜선 채 ‘문심(文心)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빠’라 불리는 열광적 팬덤을 토대로 여전히 40%대 국정 운영 지지율을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권력투쟁과 ‘살부 의식’

근대성은 ‘ 살부 의식(儀式)’과 함께 성장했다. 기득권자와 권력자의 성취를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살부 의식이 비단 한국적 에피소드만은 아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고대 신화를 재해석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동원해 살부 개념을 근대성의 주요한 특징으로 끄집어냈다. 프로이트의 상상력은 서구 모더니티의 탄생과 발전, 변화를 살부 전통과 연결해 내는 데 성공했다. 록 밴드 ‘퀸’을 이끌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Mama, just killed a man(엄마, 한 남자를 죽였어요)”이라고 시작한 것도 살부 의식이 근대성의 성취 과정에서 성장통이자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말해준다.

한국 사회에서의 살부 전통은 정치 행위, 특히 대권을 쟁취하려는 권력투쟁 과정에서 종종 확인된다. 앞선 권력자의 성과를 배제하고 부인하는 ‘무효화의 정치(politics of undo)’는 그 극단적인 사례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 상황에서도, 반대 진영을 넘어 같은 진영 내에서도, 살부의 정치는 시대를 관통하는 권력논리로 자리 잡았다. 집권 후반기에 청와대 권력과 여의도 권력이 분리되는 것도, 당·청이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 것도 살부의 전통을 드러내는 증거다.

여당 대표 시절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다는 ‘6·29선언’으로 전두환을 ‘밟는’ 살부 의식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1990년 3당 합당 후 김영삼은 여당 내 소수파였지만 주류 다수파와의 생사를 건 승인투쟁을 통해 대권 후보를 따냈고, 집권 후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냄으로써 살부의 정치를 완성했다. 김대중 정권 당시 주류 동교동계에 맞서 소장파 개혁그룹이 ‘정풍운동’을 주도한 것이나 이명박 정권 당시 비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가 청와대 권력과 대립한 것, 박근혜 집권 당시 비박계가 ‘박근혜 탄핵’에 동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문 팬덤’ 올라타기 경쟁

역사적으로 여당의 당권 경쟁은 살부의 정치를 구현하는 실험장이었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 더더욱 그렇다. 47세의 재선 의원 박주민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낙연·김부겸 양자 구도였던 8·29 민주당 전당대회는 3자 구도로 전환했다.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젊은 친문 정치인의 가세로 전대는 색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더구나 양강으로 꼽혔던 이·김 두 주자가 모두 ‘친문 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 대통령의 노선과 정책에 차별화한 목소리를 낼지가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당권 경쟁에서 주자들은 모두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살부 의식을 피해 갔다. 문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는 강력한 팬덤(‘문빠’)과 국정 운영 지지율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빠’ 현상이란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 정치운동이다(최장집,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주자들이 당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친문 팬덤인 문빠를 우군화하고 대통령의 높은 국정 운영 지지율에 올라타야 한다. 문심(文心) 없이는 승리할 수 없는 당권 경쟁이 된 셈이다. 주자 모두 ‘친문 앞으로’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살부의 정치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흥행에 실패한 與 전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의원은 호남 지역 기반 정당(민주당)의 호남 주자라는 점에서 확장성의 한계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함께 여야를 통틀어 (아직은) 가장 높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갖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친 김부겸 전 의원은 당내 세력구도에서 열세지만, 오랜 민주화운동 경험과 유일한 영남 주자라는 점에서 남다른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전통적인 지역 기반은 없으나 유일한 친문 출신이자 ‘세월호 변호사’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젊은층에 어필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거대 여당의 당권 경쟁은 소강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 실패 논란과 코로나 팬데믹, 장마와 폭우 피해 등 대형 이슈가 영향을 미친 점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주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전대까지 3주가량 남았지만 밋밋한 당권 레이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열광적 지지층에 기대지 않고서는 당권에 접근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의지의 한계로 당권 경쟁은 ‘문심 앞으로’ 경연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당권 주자 그 누구의 입에서도 ‘당헌에 규정한 대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 추문으로 발생한 보궐선거 공천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힌 일이 없다. 의회 내 다수당의 폭주에 따른 대의민주주의 실종, 권력 부패·비리 수사 차단·와해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의사실 사전 유출,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을 겨냥한 ‘권언유착’ 의혹, 정부의 잇단 부동산 실정 등 현안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일도 없다. 비문(비문재인) 대권 잠룡인 이재명 경기지사조차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자”고 소신 발언한 지 며칠도 안 돼 말을 거둬들였다.

◇당권 경쟁과 2022년 대선

여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의 당권 판세는 ‘1강(이낙연) 2중(김부겸·박주민)’이다. 그 후엔 내년 4월의 재·보궐선거가 기다리고 있고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이어진다. 여론조사 등을 종합하면 여권 내 차기 대선 선두 주자는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다. 하지만 이 의원의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지난 4월 40%에서 최근 26%까지 경향적 저하를 보인다. 민주당의 586 출신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호남 기반 정당의 호남 주자라는 약점을 딛고 넘어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는 충성도 높은 ‘명빠’를 보유하고 있지만, 세력이 훨씬 크고 강한 ‘문빠’의 지지를 끌어올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한때 친문 진영의 대선 잠룡으로 평가받던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이미 정치적·도덕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어 전격적인 등장이 쉽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도 당권과 대권 주자들이 주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살부 전통을 회피한 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한다면 본인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여권 지지율의 하락을 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여권이 2022년 대선을 주류세력 교체 완성을 위한 재편성선거, 혹은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플랜을 짜야 할 수도 있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권력투쟁과 ‘殺父 전통’ : 근대성은 권력자의 성취를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살부 전통’과 함께 성장했음. 한국 사회에서의 살부 전통은 특히 대권을 쟁취하려는 권력투쟁에서 확인됨. 당·청 갈등이나 앞선 권력자의 치적을 부인하는 ‘무효화의 정치’가 그 사례임.

與 전당대회의 특징 : 현재 당권 경쟁 주자들은 모두 살부 의식을 피해 감. 친문 팬덤인 ‘문빠’를 우군화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에 기대야 당권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 주자들 모두 ‘文心 앞으로’ 행보를 벌이면서 당권 경쟁은 밋밋한 레이스가 됨.

당권과 2022년 대선 : 당권 주자가 주류 눈치만 보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한다면 경쟁력 저하로 차기 대선도 어려워질 것. 여권이 2022년 대선을 ‘주류세력 교체 완성’을 위한 ‘중대선거’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플랜을 세워야 할 수도 있음.

■ 용어 설명

‘살부’의 문학적 기원은 고대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찾을 수 있음. 후에 프로이트가 저서 ‘토템과 터부’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개념화해 근대성과 살부 전통을 연결함.

‘빠’란 특정인을 광적으로 따르는 무리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팬덤’의 극단화한 형태. 최장집 교수는 ‘빠’ 현상에 대해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집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부정적으로 묘사함.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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