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택정책 실패 근원은 재산권 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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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의 8·4 주택공급대책은 또 한 번의 실망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13만 호 플러스 알파’라고 야심차게 내놓은 공급대책 중 현재 논란이 안 되는 물량은 전체 물량에 3분의 1도 안 된다. 가장 관심을 끌고 큰 비중을 차지한 공공재건축의 경우 담당 장관은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졌다고 하지만 당사자인 재건축조합들은 냉담하다. 가장 큰 덩어리의 신규 택지 발굴지라는 태릉골프장, 과천청사부지, 서부면허시험장 등은 해당 지자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23번째 대책 역시 시장을 이해하기보다는 다스리고 채찍질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왜곡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부동산 관련 입법화 및 공급대책 발표와 이후 진행 과정에서 현 정책결정자들의 왜곡된 시각이 유난히 많이 드러났다. 그중 하나가 대책 발표 시 부총리의 신념에 찬 공공재건축 관련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하겠다는 선언이다.

필자가 도시계획학과에서 도시경제 첫 수업에서 던지는 화두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은 도시계획가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개발업자들이라는 것이다. 싫든 좋든 그들의 행태와 경제적인 욕구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충족시켜줘야 계획가가 그리는 바람직한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관련해서 공공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가 재건축사업에 요구될 수 있는 합리적인 개발이익 환수의 정도일까. 역으로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원의 관점에서 다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성공률이 높지 않은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한 사전적인 요구수익률은 얼마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답은 성공한 정비사업들의 사후수익률 최소 수준일 것이다. 과거 이자율이 높던 시기 합동재개발에서는 연간수익률로 해석할 수 있는 내부수익률의 최소치가 20% 수준이었고, 2000년대 이후 정비사업의 경우는 10% 수준이다. 4∼5년 진행되는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적지 않게 보장돼야 그 험난한 갈등을 넘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재건축 사업에서 개발이익의 90%를 환수하겠다고 선언하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용적률은 공공의 것”이라는 주장은 문제가 있는 시각이다. 개별 토지에 10층 건물을 지을지 20층 건물을 지을지는 기본적으로 토지소유주의 권리이며 그게 가장 기본적인 재산권이다. 다만, 공공(公共)에서 해당 토지의 지나친 토지이용 행태가 주변 토지에 또는 도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할 수 있는 경찰권을 인정받는 것이다. 용적률이 공공의 것이 아니라 용적률 규제를 공공복리를 위해 재산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별거 아닌 뉘앙스 차이 같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그 결과 또한 계속되는 실패를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가장 기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왜곡된 신념에 찬 정책결정자들의 시장(市場)과의 끝없는 싸움에 국민의 인내심만 바닥날 뿐이다.

그래도 지난한 길을 돌고 돌아 서울 시내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은 한 가닥 희망의 빛으로 여겨진다.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욕심을 조금 접고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려야 정비사업이 진행돼 그렇게 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