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정치 집단화된 교사 조직이 통일교육 독점… 왜곡 넘어 카르텔 형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석희태 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자교련)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7월 2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석희태 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 공동대표

교육 콘텐츠 보편성 필수인데
다양성 포장… 이념 편향 심각

자유가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
‘자유’ 삭제 개념 왜곡도 문제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명시한
통일교육지원법 위반 수두룩

10만 페이지 초중고 교재 분석
그 자료로 대안교과서 만들 것

“올바른 통일교육 방향을 정부에 제안하고, 각 학교의 통일교육 실태를 직접 조사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석희태(70) 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자교련)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통일교육’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에 대해 교육하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을까 싶지만, 석 대표는 현재의 통일교육이 이념편향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학교의 경우 다수의 전교조 교사가 주로 참여해 민족통일교육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 교육에서 특히 더 좌편향적·반(反)대한민국적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는 석 대표는 “왜곡된 민족 일체감이나 민족사 또는 왜곡된 국가 정체성을 가르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석 대표는 당초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의료법학 분야에서 국내 제1호로 박사 학위를 받은 법학자였다. 경기대 법대 교수, 법대 학장 및 일반대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정년퇴직을 한 뒤, 의료법학을 연구한 만큼 법학자로서는 특이하게도 연세대 의과대 객원교수로 초빙됐으며, 현재는 이 대학 보건대학원의 객원교수로 있다. 국내외 교수 사회의 정론을 대변하고 소식을 전하는 ‘교수신문’의 창간조직위원장이기도 했던 석 대표는 이 신문의 편집인까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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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자교련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그리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당시 교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고 석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정교모) 등 12개 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6월 발족시킨 교육 분야 연합단체다. 법학자인 석 대표가 최일선에서 통일교육 재정립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석 대표가 지적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1999년에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이 있는데, 반드시 그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민족통일교육’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통일부 장관은 그것을 적발해 시정을 요구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 수년간 방치돼 왔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편향적 실태와 이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정부를 보다 못해 석 대표 등 잘못된 통일교육을 우려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직접 문제점을 바로잡자고 한 것이 자교련 발족 계기가 됐다. 석 대표는 “정교모에서 통일교육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고 인식을 해 왔는데 마침 헌변에서도 법에 의한 통제조치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또 그런 상황에 대해 학부모 단체에서도 교수 단체와 변호사 단체가 함께 힘을 합쳐 대처해 가는 게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현행 통일교육에 대해 교육의 주체, 교육 콘텐츠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교육 콘텐츠에는 보편적 사상과·철학 민족 가치 등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콘텐츠는 ‘다양성’으로 포장된 이념편향적인 정치교육이 주를 이루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주체에 대해서도 보편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석 대표는 “하나의 정치 집단화된 교사 조직이 이것(학교 통일교육)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더욱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집단에 강경파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교육 콘텐츠의 독단을 넘어 자기들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카르텔’이 돼 가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통일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상교육에 있어서도 자유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개념이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석 대표는 “민주주의는 자유의지를 지닌 민(民)이 주인이라는 이념인데, 민에게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거짓 민주주의”라며 “요컨대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유 또는 자율이라는 가치로부터 출발했고,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본질이자 기초는 자유주의”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에 자유가 첫 번째 본질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와 같이 수식어를 붙여서 민주주의를 표방한, 즉 민주주의로 포장된 1당 독재 정치체제를 구별하고 배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겼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결합이라고 보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헌법이나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표현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이 갖는 의도, 곧 민주주의의 본질적 구성요소에서 자유를 제외시키려는 수사학적(rhetoric) 책략 내지 정치적 목적을 비판한 것이다.

석 대표는 자교련이 이 같은 편향된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방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급 학교의 교과서를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구체적으로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어떤 비중으로 담겨 있는지 수치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석 대표는 “지금 외부 유력한 단체의 협력을 얻어서 초·중·고교 교재를 DB로 분석해서, 예컨대 ‘김일성’이라는 단어가 몇 번 출현하는지, ‘이승만’과 ‘건국’은 몇 번 출현하고 ‘박정희’와 ‘경제발전’은 각각 몇 번 나오는지 등을 산출하는 작업을 했다”며 “또 이런 인물과 사실들에 대한 긍정평가는 몇 번, 부정평가는 몇 번이었는지 나누는 작업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 지금까지 스캔한 학교 교재만 국어·역사·사회 교과서 등 약 10만 페이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석 대표는 “이런 분석 과정에서 심지어 국어 교재 지문에서도 편향된 사례를 발견했다”며 “정교모가 그 자료를 갖고 연구해서 대안교과서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석 대표에 의하면, 지금까지 많은 학부모 단체가 바른 학교 교육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헌신적으로 펴왔으며, 그 결과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방법 및 내용이 부분적으로 시정되고 교육의 질적 수준도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다만 그 노력의 과정이나 성과물이 체계적으로 집약되지 못해 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자교련의 주요 역할에는 자유민주주의 교육을 수호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고 그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 첫 번째에 들어 있다고 한다.

나아가서 석 대표는 자교련 활동의 일환으로, 자교련 회원단체인 학부모 단체와 협력해 직접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자유민주통일교육아카데미’를 만들어 어린 학생들에게 잘 통하는, 재미있는 자유민주주의 이념, 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이 일에는 당연히 정교모와 헌변은 물론 회원단체인 종교단체들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석 대표는 전했다. 석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 대한민국 정체성을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앞으로 ‘30년 전쟁’을 할 것”이라며 “그다음에 70년 전쟁, 그리고 100년 전쟁을 각오한다는 목표로 계획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자교련이 추진하는 ‘편향되지 않은 통일교육’은 자칫 ‘보수 성향의 통일교육’이고, 이 역시 진보·좌파 성향의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편향된 교육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만도 하다. 그러나 석 대표는 현재의 소위 진보·좌파 진영을 ‘민주화 세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역사적 맥락에서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이 ‘제1의 건국’이었고, 박정희 대통령이 ‘자유민주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산업을 발전시킨 게 ‘제2의 건국’, 그 이후 정치적 민주화의 확대를 위한 조정과 갈등의 시기가 진행돼 왔는데, 근년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민주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세력을 말 그대로 ‘민주화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현재의 소위 민주진영은 과도한 좌편향 세력이지, 전통적인 민주화 세력이 아니다. 그들이 대부분의 국가권력을 장악한 까닭에 민주주의 위기를 감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석 대표는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즉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좌편향 정치이념을 극복해 더욱 정의로운 번영 국가를 향한 ‘제3의 건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희·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