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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07일(金)
지단과 피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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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과 피딴은 사촌뻘이다. 떡국이나 국수의 고명으로 올리는 노랗고 하얀 지단은 익숙하지만 피딴은 낯설다. 인생의 원숙한 경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김소운의 수필 <피딴문답>에서는 ‘피딴’으로 등장하지만, 규범대로 쓰자면 ‘피단’이다. 오리나 닭의 알을 흙, 재, 쌀겨 등과 섞어 두어 달 숙성시켜 검고 투명한 모습으로 중국요리에 오르는 것이 피단이다.

‘피단’으로 써 놓으면 ‘지단’과 운이 맞기는 하지만 둘의 사이, 나아가 어원이 자못 의심스럽다. 지단과 피딴은 둘 다 중국어다. 흔히 ‘계란 지단’으로 쓰니 지단은 고유어처럼 느껴지지만 아니다. 한자로는 ‘鷄蛋’으로 쓰니 ‘계단’으로 읽어야 하겠지만 중국식 한자음 ‘지단’으로 읽으니 중국어다. 피딴은 한자로 ‘皮蛋’으로 쓰니 ‘피단’으로 읽어야 하는데 중국어 느낌을 드러내기 위해 ‘피딴’으로 읽는 이가 많다.

이렇게 어원을 따지고 보면 ‘계란 지단’은 잘못된 말이다. 계란과 지단이 모두 닭의 알을 뜻하니 ‘전설의 레전드’만큼이나 이상한 조합이다. 중국어 지단은 달걀을 뜻하는데 우리말에 들어와서는 달걀을 풀어 얇게 부치고 가늘게 썰어낸 것으로 바뀌었다. 지단과 짝을 이루려면 피딴이 아닌 피단이 돼야 하는데 언중은 꿋꿋하게 피딴을 쓰고 있다. 규범을 따지는 이들은 불만이겠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찌할 수 없다.

한·중·일 삼국은 한자를 공유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는다. 같은 글자는 같은 소리로 읽어야겠지만 각 언어의 특성에 맞게 읽고 각 언어의 변화에 따라 더 달라졌다. 피딴은 알과 다른 재료를 섞은 뒤 마냥 두면 만들어진다. 따로 열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썩지 말라고 다른 방법을 쓰는 것도 아니다. 세월이 알을 삭혀 흰자는 광택이 나는 검은색이 되고 노른자는 잿빛으로 변한다. 피딴이 그렇듯이 말도 그렇다. 시간의 흐름과 그 말이 쓰이는 땅이 말을 자연스레 삭힌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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