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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0일(月)
기후변화·역병퇴치 통 큰 투자… 인류미래 해결 나선 ‘이공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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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지식으로 무장한 ‘공학도’ 출신 정보기술(IT) 기업인들이 기후변화와 역병 퇴치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설립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 AP 뉴시스
■ 과학지식 무장… 사회문제 앞장서는 IT 3인방

빌 게이츠 MS 창업자, 재단 세워 전염병 정복에 총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민간 우주여행 시대 막 열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20년내 ‘탄소배출량 0’ 목표

일각선“기업가 한계 못 벗어나”
“기술 만능주의, 사회 毒 될 수도”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CEO 출신들이 탄탄한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대표적으로, 현재 인류의 도전 과제로 떠오른 전염병과 신(新)에너지 개발에 열정과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민간 우주탐사 회사인 스페이스X를 설립해 인류의 오랜 꿈인 ‘우주탐험’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인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문과’ 출신이 주로 주도해왔던 사회 문제에 이들 ‘이과대’ 출신 3인방이 과학 지식과 기업 경영 경험을 무기로 완전히 색다른 리더십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학 입문서로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니컬러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7월 말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기업 CEO들은 사회적 지도자로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웰빙 사회를 위해서는 CEO보다 능력 있는 선출직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T ‘공룡’ 기업의 독과점 논란에서부터 민주성 절차가 없는 독단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부터 기술 만능주의와 이윤 추구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기후변화·역병퇴치·우주개발 등에 앞장 = 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만약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전염병 대유행은 정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기후변화 사망자 수가 40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와 일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인명 손실과 경제적 고통은 우리가 세계의 탄소 배출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정기적으로 일어날 일과 동등하다”고도 강조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전염병 등 보건 분야에도 전력하고 있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및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재산을 쏟아부은 것. 2014년에는 재단 지원금으로 저술한 논문을 인터넷상에 무료로 완전공개하기로 결정, 지식 공유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베이조스가 꽂힌 분야는 기후변화다. 지난 2월 100억 달러(약 11조8489억 원)를 출연해 가칭 ‘베이조스 지구 기금’ 설립을 공약했고, 이를 통해 이르면 올해부터 기후변화 연구학자 및 환경운동가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베이조스는 지난 6월에는 아마존 내에 ‘기후 서약 기금’이라는 20억 달러(2조3692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조성도 발표했다. 목표는 청정에너지 기업에 투자해 아마존을 비롯한 기업들이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우주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강대국에 민간 업체가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스페이스X는 나사(미 항공우주국)·로스코스모스(러시아)·국가항천국(중국)과 함께 우주에 우주인을 보낸 4개 집단 중 하나다. 나사와 함께 발사체 회수에 성공한 주체이자, 로켓 1단 부스터를 회수한 유일한 단체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해 로켓 발사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비용 문제’로 정체돼 있던 우주개발 산업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또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운영, 기후변화 대처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학도’ 리더십의 장점은 과학지식에 사회변화 적응력 = 이들 3인방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IT 기업을 창립했다는 것 외에도 대학에서 이공계 학문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자퇴하기 전 응용수학을 공부했고, 머스크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베이조스는 프린스턴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컴퓨터공학과로 전과(轉科)했다.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경제·경영학 전공자가 많은 기성 기업인들과도 사고방식이 꽤 다르다. 오카지마 유시(岡嶋裕史) 일본 주오(中央)대 교수는 “이공계 출신의 장점은 ‘논리성’과 ‘신속성’”이라면서 “직감이 아닌, 그렇다고 해서 느리거나 손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 논리적 능력은 사업을 진척시켜가는 데 커다란 무기”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들은 빠른 의사결정으로 유명한데, 과거 아마존의 매니저로 일했던 버스터 벤슨 750워즈 CEO는 베이조스의 성공 요인으로 “모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거치려고 하지 않으며, 많은 결정을 뒤집고 확신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즉각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듀닷컴은 이공계 출신의 장점으로 △호기심이 많아 끊임없이 배우려 하고 △기존 관점에 얽매이지 않으며 △중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에 능하고 △빠르고 단호한 결정을 내린다고 분석했다.

◇독과점 논란 속 기술만능주의가 사회에 독(毒) 될 수도 = 역으로 이들의 장점은 사회 문제 해결에서는 단점일 수 있다. 독단성은 분명 토론과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와 배치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모두 CEO 재직 당시 비판받았던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이츠는 CEO로 재직하던 시절 경쟁 기업에 대한 무자비한 견제와 저작권 도용 문제로 ‘실리콘밸리의 악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게이츠가 은퇴하기는 했지만, MS는 지난 1월에도 윈도7 등 시장성 없는 구형 운영체제(OS)의 서비스 종료를 독단적으로 결정해 소비자들에게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베이조스의 경우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에도 불구, 아마존이 상품을 배송할 때 포장지를 과도하게 사용해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최소 7명의 직원이 업무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지만, 아마존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까진 병가를 쓸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머스크 역시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쓸모없는 조치”라고 폄훼하면서 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테슬라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공학도’ 리더십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상당하다. 이들의 활약이 인류를 구원으로 이끌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 역사학 교수는 최근 발간된 ‘초예측’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를 급속하게 변화시킬수록 유권자나 정치가들은 사회 현안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며 “현재 소수 엔지니어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진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면서 오히려 역기능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맨큐 교수도 “급격한 변화로 인해 세계는 폭넓은 사회의 복지를 지켜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은 기업 경영인들이 아니라,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선출된 지도자”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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