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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0일(月)
코로나 힘들어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잖아…“다시 웃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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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어게인’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노래는 다르다. 살리는 노래는 많아도 죽이는 노래는 드물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정인의 ‘오르막길’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실을 예감한 노래처럼 들린다. 하지만 음악동네에선 다시 축제의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행복한 순간이야 해피 데이즈/ 움츠린 어깨를 펴고/ 이 세상 속에 힘든 일 모두 지워버려’ 엄정화의 노래 제목은 ‘스마일 어게인’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다.

민들레가 필 무렵만 해도 거리엔 마스크 쓴 사람이 눈에 띌 정도였다. 지금은 아예 표정을 살필 수 없으니 자연스레 눈을 보게 된다.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참 많구나.” 권태수가 부른 ‘눈으로 말해요’(1979) 가사가 이제야 실감 난다. ‘사랑은 눈으로/ 눈으로 한데요/ 진실한 사랑은 눈을 보면 안데요’ 하지만 진실이 사랑에만 국한될까. ‘내가 살아오며 가장 잘한 게/ 너를 사랑했던 거라면/ 아마 그보다 더욱 잘한 일은/ 널 보낸 것 같아’(KCM ‘스마일 어게인’ 중).

세종로 인근에 살다 보니 외출 때마다 대형 글판(20×8m)에 눈길이 간다. 30년째 그 자리엔 뭔가 적혀 있다. 8월엔 영어단어로 가득 찼다. “다시 RUN RUN RUN/ 넘어져도 괜찮아/ 또 RUN RUN RUN/ 좀 다쳐도 괜찮아” 방탄소년단(BTS·사진)의 ‘런(RUN)’(2015) 후렴구다. 음악동네엔 나이 상관없이 힘들 때 달리는 사람이 많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 보자 푸른 들을’(‘들장미 소녀 캔디’ 중),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롭지만/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송대관 ‘해 뜰 날’ 중).

나를 잠시 멈추게 한 건 맨 앞 두 글자 ‘다시’다. 삭혀둔 노래가 떠오른다. ‘다시 웃어봐/ 새롭게 시작할 수 있잖아’(Smile again/ We can start a new) 노래 제목은 ‘스마일 어게인’인데 정작 앞에 나오는 가사는 다소 섬뜩하다. ‘그들이 말한 모든 게/ 전혀 사실이 아니었어’(All the things they said were never true).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노래에도 출생신고서가 있다. 윤복희의 영성가요 ‘여러분’은 1979년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이다. ‘스마일 어게인’을 부른 혼성그룹 ‘뉴턴 패밀리’도 1986년 이 가요제에 참가해 ‘사랑의 신비’(Love is Magic)라는 곡을 불렀다. 이 그룹의 국적은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로 시작하는 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배경인 헝가리다. 정식 수교도 하기 전 이 그룹이 한국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음악에 국경이 없는 까닭이다.

뉴턴 패밀리의 보컬 에바 선(본명 체프레기 에바)은 2019년 주한헝가리문화원 개원식에도 초대받았다. 1983년 영화 ‘예스터데이’의 주제가 ‘스마일 어게인’이 엄청난 인기를 누려서 1986년 잠실에서 단독콘서트가 열렸고 1989년까지 네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지금 헝가리는 K-팝 열풍인데 특히 방탄소년단이 인기”라고 그는 증언했다. 방한기간 동안 광화문광장을 거닐며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을 조금씩 더 낫게 만들면 좋은데 내겐 그 일이 음악”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음악동네엔 주소가 따로 없다. 부르는 게 값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사람이 주인이다.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은 당시 서울국제가요제 사무실과 같은 층에 있었고 뉴턴 패밀리가 참가했던 가요제는 1986년 7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바로 그 앞길을 걸으며 지금 나는 사라진 것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다시 웃어봐/ 비록 당신은 떠났지만’(Smile again though you were gone).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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