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강보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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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하나의 보험자로 건강보험이 통합된 이후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파악이 어려운 농어민,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 재산, 자동차, 성·연령 등을 소득 대리 변수로 활용하여 보험료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소득 파악률이 높아지고, 필수품화 되어가는 자동차와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되는 가구원 수를 부과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음을 인식하여 2018년 부과체계 1단계 개편에서는 성·연령을 부과요소에서 제외되고 재산과 자동차의 비중을 대폭 인하하였다.

2022년에는 재산과 자동차 비중을 더욱 낮추고,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의 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2단계 개편이 예정되어 있다. 명실공이 소득중심 부과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부합하도록 부과체계를 소득 기준으로 가속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소득 파악 여건의 개선, 정보기술의 급진전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계획보다 더 신속하게 소득 중심의 형평부과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총 소득이 약 1935 조 원인데 반해 보험료 부과대상으로 활용된 소득원은 총소득의 약 45%인 844.7조원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과세되는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되어있으나, 소득기준 보험료 수입의 약 90%는 근로소득에서 나오고, 나머지 10%가 그 외 사업소득, 연금소득, 20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 기타소득 등에서 나온다. 이는 부담 능력에 비례하여 부과한다는 사회보험의 원칙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물론 소득 중에는 양도소득, 상속소득 등 일회성 분류과세 소득도 있기 때문에 모든 소득에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00만 원 이하 금융소득, 1200 만 원 이하 사적 연금소득, 3개월 이하 일용근로소득 등도 분리과세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험료 부과 소득원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18년 부과체계 1단계 개편 시에는 근로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의 합이 3400만 원을 초과한 경우 별도로 부과하고, 좀 더 여건이 성숙될 것으로 예측되는 2022년에는 그 기준을 2000만 원까지 낮추게 된다.

올 11월부터 연 1000만 원 초과 ~ 2000만 원 이하 금융소득과 연 수입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도 보험료 부과요소에 포함시킨다고 알려졌다. 이는 부담 능력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부담하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가는 점진적인 과정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로 여겨진다.

보험료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한다.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국민의 의료이용 문턱을 낮춰 비용부담 때문에 건강을 훼손하는 사례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국민이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가 재원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치료비의 80%를 건강보험이 부담하였기 때문에 코로나 19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제로서 한국의 건강보험이 재평가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검사비만도 100만 원이 넘고 치료비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을 더욱 튼실하게 유지하려면 재원확보가 중요하다. 재원은 국민이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하는 보험료로,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려면 당연히 부담의 형평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 부과기반에서 제외되어 있던 분리과세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을 추가 부과기반에 포함한 것은 소득기준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의 진일보로 평가되며, 향후 더욱 박차를 가하여 현재 부과기반에서 제외되고 있는 소득들을 발굴하여 부과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피부양자 인정기준도 더욱 강화하여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는 현재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로, 자손대대로 지속가능한 국민건강보험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신영석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