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일하느라 가족사진에도 빠진 아버지… 눈 감고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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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1933∼2005)

아버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15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5년 어느 날 저녁, 다급한 전화를 받고 황급하게 친정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아무 말도 못 하셨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시고 3년간 투병생활 끝에 다시 재발이 됐지요. “아직 손이 따뜻한데, 돌아가시지 않은 것 아니야?”라고 울먹이던 동생들 목소리도 기억납니다. 가족 장례사가 흰 천으로 얼굴을 덮으며 “이제 가십니다”라고 말하던 순간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사진을 빛바랜 앨범에서 꺼내 가끔 들여다봅니다. 물론 그 사진에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당시 군무원으로 월남(베트남)에 일하러 가셔서 사진 속에 있을 수가 없었지요. 사진 뒤편에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가 적혀 있습니다. 글은 둘째가 썼고요. ‘아버지 우리 예쁘죠. 할머니와 엄마, 우리 5남매 그리고 서울로 공부하러 온 사촌오빠까지 모두 아버지에게 전하려고 가족사진을 찍었어요.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을게요.’ 아버지는 사진을 품에 간직하며 일하다가 무사히 귀국해 가족앨범에 꽂아두셨습니다. 해방 전에 태어나 6·25전쟁 전후로 청춘을 보내고, 산업화 과정을 겪었던 세대에서 아버지는 여느 다른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해 바쁘게 일하셨지요. 이제 우리 모두 커서 모이면 25명이 넘는 대가족이 됐네요. 엄마는 2년 전 위암으로 완전 위 절제 수술을 받았어요. 1년여 동안 위가 없어 제대로 드시질 못했지요. 수술 전과 같지는 않지만 이제 좀 적응되시나 봅니다. 여전히 소화가 쉽지 않다고 짜증을 내시기는 해도, 며칠 전에는 몸무게가 40㎏을 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엄마는 제가 동생들과 잘 모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고 시절, 항상 교복을 단정하게 다려주시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제 교복의 하얀색 칼라는 친구들의 칼라보다 언제나 깨끗하고 빳빳했지요. 오래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하늘나라 천국에서 우리 사진을 보면서 미소 짓는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네요. 아버지,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딸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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