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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0일(月)
추미애와 ‘애완 검(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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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이성윤 비판한 검사장의 사퇴
윤석열 턱밑에 추미애 측근들
수사 물의 검사들 줄줄이 영전

검찰 4대 요직 모두 호남 일색
“산 권력도 수사” 스스로 짓밟아
新농단 죄상 얼마나 더 쌓을까


“검사는 참과 거짓을 가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입니다. 참과 거짓을 바꾸려 하는 것은 이미 검사가 아닙니다.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검사의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금융 수사 분야의 ‘저승사자’라고 할 정도로 평판이 높은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지난 7일 검찰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되자 사직서를 쓰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런 글을 남겼다.

퇴임식도 마다하고 홀연히 검찰청사를 떠난 그는 이 정권 초기만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황조근정훈장도 받았다. 잘못이라면 지난 2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앞에서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이 지검장이 거부한 것을 비판한 죄밖엔 없다. 문재인 정권 검찰 실세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좌천은 예고된 인사였다.

이번 인사를 보면 그나마 몇몇 남아 있는 윤 총장의 ‘점심 친구들’마저도 모두 좌천시키고, 옆방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고 추 장관의 오른팔로 통하는 조남관 대검 차장을 보임함으로써 완벽한 포위 전략을 이뤄냈다. 추 장관은 이번 인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인사가 만사! 맞다,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추 장관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낸 당일 이뤄진 검찰 인사를 보면 문 정권이 4월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얻고도 불과 몇 달 사이에 왜 지지율이 추락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추 장관은 예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자기 당의 반대에도 여당 의원과 연합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독단적 행태로 비난받았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의 “애완(愛玩) 검사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설득력 있다.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사상 초유의 검사장과 부장검사 간의 육탄전까지 벌이며 무리하게 수사를 이끌었지만 결국 성과 없이 끝낸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公共)수사부장에 임명됐다. 윤 총장이 총선 수사의 연속성 때문에 공공수사부장만큼은 유임을 부탁했지만, 추 장관은 그것마저 거절했다. 예전 공안부인 공공수사부는 선거 관련 수사를 전담하는데,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 엉터리 수사를 한 장본인을 승진시킨 셈이다.

KBS에 허위사실을 알려줘 오보를 내게 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신성식 중앙지검 3차장은 예전 대검 중수부에 해당하는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시켰다. ‘권언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으면서 언제 피의자 신분이 될지 모르는 인사가 전국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사건을 5개월째 뭉개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지검장과 차장을 고검·검사장으로 승진시켰는데, 수사 결말은 안 봐도 뻔하다.

과거 ‘영남정권’ 시절 인사 편중을 그렇게 비난하던 문 정권이 이번엔 ‘검찰 4대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임명해 놓고 탕평인사를 했다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 정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하려 덤비면 가차 없이 쳐낸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할 때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들은 검사들의 말로가 어떤지는 추 장관이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돌연 해체 시켜버렸다. 해경의 업무가 없어진 것도 아닌데 즉흥적으로 없애버렸다가 문 정부 들어 부활시키는 행정 낭비만 초래했다. ‘윤석열 검찰’이 밉다고 ‘애완 검(檢)’으로 만들면 거악(巨惡)들만 살판나는 나라가 된다. 피해자는 국민과 국가다. 탈원전 감사를 정권 입맛에 맞지 않게 원칙대로 한다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것이나, 정권 수사를 한다고 윤 총장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보다 더한 ‘신(新)국정농단’의 분명한 죄상(罪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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