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巨惡 척결 무력화할 檢 인사 폭거, 文대통령 왜 승인했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문재인 정권 차원의 공격이 무모해지면서 검찰의 거악(巨惡) 척결 기능까지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단행한 검사장급 인사는 인사권 오·남용을 우려할 정도로 법치를 위협하고, 무엇보다 봉합해가는 지역감정까지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나쁘다. 곧 이어 후속 인사와 조직개편까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을 고립시켜 내쫓거나 아무 역할도 못하는 식물 검찰총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사실상 박탈하면 수사의 일관성과 검사동일체 원칙이 약화한다는 점에서 헌법 취지와 검찰청법 위반 가능성 등도 짚어봐야 할 중대한 국면이다.

이번 인사를 보면, 8일 퇴임한 문찬석 광주지방검찰청장의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려도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장관 지휘권이 발동된 사건 수사는) 사법 참사” “호남 출신 검사들이 출세하고 중용된다는데 호남 출신인 저와 김웅이 (원칙을 지키다가) 눈에 가싯거리가 됐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검찰 안팎에는,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검찰청법 제34조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 대통령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울산시장선거 공작 의혹 사건, 유재수·윤미향 사건, 각종 권력형 펀드 사건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수사를 펼쳤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두 차례 걸친 검찰 인사 폭거로 수사팀은 모조리 좌천·해체되고 이를 방해한 인사들이 승승장구했다. 역대 정권에서 그나마 지역 안배를 통한 검찰 내 갈등을 조정해 왔는데 이런 편중 인사, 그것도 수사에 실패한 무능한 호남 출신 인사들의 중용은 되레 호남에 대한 모독도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