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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1일(火)
文 정권, 주택 유산자에 대한 투쟁… 지지층 유지하려는 ‘계급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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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부쩍 늘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문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고(왼쪽), 시민들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연합뉴스

■ 부동산 정치

‘종부세 폭탄’ 투하 통해 약자 대변자 자처하며 ‘반대자 = 기득권 세력’공격…전형적 포퓰리즘
국가주의적 규제로 ‘내 집 마련’ 자유와 행복추구 포기 요구… 정책은 없고 ‘정치의 과잉’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국정은 노무현 정부와 판박이다. 강남 집값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강남과 서울 집값을 가장 크게 올려놓았다. 이 두 정권의 부동산 문제를 보는 인식은 이렇다. 첫째, 주택은 주거수단으로 공공재에 가까운 것이므로 이를 통해 재산을 모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값이 오르는 것은 주택을 투기수단으로 삼는 일부 부유층과 투기꾼들 때문이다. 셋째, 집값으로 번 돈은 불로소득이므로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없애지 않는 한 현실에서 오작동할 위험이 큰 관념들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든 투기자든 경제적 이익을 기대해 행동하기 마련이고, 부동산시장은 투기꾼들의 준동에 앞서 수요공급의 균형이 시장 안정을 좌우하고, 무리한 징벌적 세금은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를 왜곡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입장과 방향을 고수하는 것은 ‘부동산 정치’ 때문이다.

◇계급적 관점의 부동산 정치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부동산 정치는 일부 부유층과 주택소유계급에 대한 투쟁이다. 부동산 정책을 노·문 두 정권에서 주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부동산은 끝났다’(2011)라는 저서에서 “부동산 정책은 정치”라고 표현했다. “집 가진 사람은 보수적, 없는 사람은 진보적 투표 성향을 갖는다”고 썼다. 집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보수화되므로 반길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한 논객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집값을 내려 주택 보유자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 집값을 올려 부유층에게는 세금 폭탄을 가하고 가재·붕어·개구리들에게는 주택 소유 대신 복지 혜택을 주어 지지층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논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동산 문제를 계급 정치의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기껏해야 전체 주택 소유자의 5%가 채 안 된다. 이들에게 세금 폭탄을 던지는 것은 다수 국민에게도 호응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약자의 공분을 자극하고 그 대변자임을 자처하며 그 반대편을 기득권 세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포퓰리즘의 가장 쉬운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 특히 시장은 그런 단순 편 가르기에 쉽게 조응하지 않는다. 지금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은 세 부류다. 첫째, 집을 못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집값 잡겠다고 해놓고 집 가진 사람들만 돈 벌게 해준 정책에 대해 분노한다. 여기에는 집에 대한 열망이 큰 청년층들이 포함된다. 둘째, 집값도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세금은 늘어난 비(非) 급등 지역 주택 소유자들이다. 셋째,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이 되고 임대를 놓는 부동산 부유층이다. 사실 이들은 집값이 올라 재산이 늘긴 했지만, 자신들을 투기꾼 취급하고 징벌적 세금을 물리니 화가 난다.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대로,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대로 불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치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계산은 빗나가게 된다. 그래서 허겁지겁 나온 것이 공급 대책이고 임차인 보호인데, 이 역시 과녁을 맞히지 못했다. 전세마저 품귀 현상을 빚어 급등하거나 월세로의 전환이 강제되고 이 때문에 저축할 돈이 더욱 없어지는 사람들도 분노층에 가담한다.

◇‘조지스트’와 낡은 유물

그런데도 여당 인사들은 “방향은 옳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더 세게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들의 부동산 정치의 관점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이들을 헨리 조지의 사상을 따르는 ‘조지스트(Georgist)’로 평가한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토지에 대해서는 지대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고 했지만, 건물과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반대한 인물이다. 헨리 조지의 이론은 이미 경제학에서는 낡은 유물이 됐고, 현재 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헨리 조지의 이론을 따르는 나라는 없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 등을 합친 재산 관련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독일 등이 한국보다 오히려 낮다.

진보주의자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부동산은 도둑맞을 염려가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투자처”라고 공언할 정도로 부동산을 시장경제의 중요한 일부로 인정하고 발전시켜온 것이 선진국들의 역사다. 물론 부동산이 다른 시장보다 공공적 성격이 높기 때문에 투기를 제어해야 하고 세금과 규제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바탕을 이뤄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던 시기는 노태우 정부에서 200만 호를 건설한 1990년대 초와 뉴타운 보금자리 등이 공급됐던 이명박 정부 시기였다. 원하는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강남과 서울 집값은 가장 많이 뛰었다. 공급책을 전제로 한 ‘적중률’ 높은 핀셋 투기 규제가 아니라, 유효한 공급책 없이 화풀이 식으로 세금과 규제를 난사하니 맞을 리가 없다.

◇철학의 빈곤, 정치의 과잉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함부로 바꾸려 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이제 주택을 주거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재산으로 보지 말라는 요구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자유에 기반을 둔 관념과 습속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국민은 소득이 생기면 알뜰히 모아 집을 사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삼아왔다. 집은 행복을 추구하는 안정적 터전이자 재산을 쌓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경제적 자유가 부여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욕망의 대상이다.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한 요구와 안정적인 재산 형성을 선호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중산층은 두꺼워졌다. 또 이런 욕망에 부응하는 주택시장의 발전이 주거의 질을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주택시장의 순기능은 무시하고, 부동산시장을 투기로만 보는 협소한 인식으로 온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간주하면서 국민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집 사려 하지 말고 임대해서 살면 보호해주겠다는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금수저가 아닌 청년들은 벌어서 월세 내기 바쁠 것이다. ‘청년을 지주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소작농으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리 있는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국민의 행복이 정치의 존재 이유라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치는 그와 달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협한다.

부동산시장은 복합적·융합적인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은 금융·조세·산업·투자·소비 등이 얽혀 있는 시장이다. 또한 교육·일자리·교통·환경 등 생활조건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망이다. 규제를 남발하면 그 부작용이 경제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이 그랬듯이 단선적 인식으로 정책을 쓰고 땜질하는 식으로 남발하니 경제에 주는 누적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철학의 빈곤’과 ‘정치의 과잉’이다.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동반하지 못하는 정의와 평등은 가짜다. 편 가르기 식 부동산 정치의 역설은 이런 본질을 국민 다수가 알게 됐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집권세력의 정치적 셈법도 틀어졌다는 점이다.

동아대 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 세줄 요약

계급적 관점의 부동산 정치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치는 일부 부유층과 주택소유계급에 대한 투쟁임. 약자의 공분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 중임. 하지만 이는 주택 무소유자, 비(非) 급등 지역 주택 소유자, 주택 유산자 모두에게 불만을 안겨줌.

‘조지스트’와 낡은 유물 : 헨리 조지 이론은 경제학에서는 낡은 유물이며,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그 이론을 따르는 나라는 없음. 유효한 공급책 없는 화풀이 식의 과세·규제 정책이 아닌, 공급책을 전제로 한 ‘적중률’ 높은 핀셋 투기 규제가 필요함.

정책의 빈곤과 정치의 과잉 :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함부로 바꾸려는 국가주의적 발상임. 이는 ‘내 집 마련’과 관련한 시장경제 자유와 행복에 대한 위협임. 문제는 부동산에 정책은 없고 ‘철학의 빈곤’과 ‘정치의 과잉’만 있다는 것임.

■ 용어 설명

‘부동산은 끝났다’는 노무현·문재인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의 저서. ‘무주택자 = 진보 성향’이라는 신념이 반영됨.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대출 규제 배경에 이런 신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옴.

‘헨리 조지’는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로 토지공개념을 주창한 인물. 자신의 책 ‘진보와 빈곤’에서 모든 지대(地代)를 조세로 징수해 사회복지 등의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며 단일토지세(single tax)를 주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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